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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72.5% “지정 매출 기준 10년째 그대로, 상향 필요해”

일러스트=김지윤
대구에서 기계부품 회사를 경영하는 김모 대표는 2년 연속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지만 내심 걱정이다. 3년 평균 매출액이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초과하면 중견기업이 되기 때문이다. 기계 및 장비제조업의 매출 기준은 1000억원 이하다. 김 대표는 “중견기업이 되면 세제 혜택이나 금융·연구개발(R&D) 지원이 크게 줄어 법인 쪼개기를 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경제 규모가 크게 달라졌는데 매출 기준이 10년 전과 똑같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에서 중소기업을 지정하는 매출액 기준을 현재 경제 상황에 맞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1000곳(제조업 600곳, 서비스업 300곳, 건설업 100곳)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범위 기준 상한 조정 관련 의견조사’에서 응답자의 72.5%가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지정은 2015년부터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1차 금속 제조업은 매출 1500억원 이하, 기계 및 장비제조업 1000억원 이하,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 800억원 이하 등 업종별로 400억~1500억원 이하일 때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중기중앙회는 물가 상승과 경제 규모 확대에도 이 기준이 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2015년 대비 지난해 생산자물가는 20.7%, 국내총생산(명목 GDP)은 34.9% 높아졌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72.8%, 건설업의 77.0%, 서비스업의 70.3%가 ‘상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상향 수준에 대해서는 매출 기준을 평균 26.7% 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는 ‘10% 상향’ 의견이 46.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0%’(37.5%), ‘50%’(9.1%) 순이었다.



응답자의 45%는 상향이 필요한 이유로 ‘원자재 및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를 꼽았다. 물가 인상, 원·달러 환율 상승 등 화폐가치 하락(30.3%), 경제 규모(GDP) 확대 감안(24.7%)도 중소기업인들이 매출 기준 상향을 주장하는 이유였다. 기준 상향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27.5%였으며 이 가운데 36.4%는 현재 기준도 높다고 답했다. 11.3%는 매출액 기준을 높이면 계속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2015년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3년 평균 매출액으로 개편하면서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규정했지만 현재까지 조정되지 않았다”며 “70% 이상 응답자가 찬성만 만큼 기준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시행 유예로 실제 2017년부터 시행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에는 변동 요인이 크지 않았고, 내년 적정성 검토 시기가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지난달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며 중소기업 매출 기준 적정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업종별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실제 원자잿값 상승이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 통계 분석과 중소기업계 의견 청취 등을 거쳐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편을 위한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도 검토한다.

김도성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5년 정해진 기준을 현재까지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당시와 현재의 중소기업 현황, 구조 등을 비교해 현재를 반영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는 매출액 규모로 중소기업 지원 대상을 정하는데, 부가가치를 따지는 등 다양한 기준을 도입해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며 “매출로만 중소기업 ‘졸업’을 따지면 더 성장해야 할 기업이 정부의 지원 정책 속에만 있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이수정(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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