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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의 시시각각] 이해하기엔 너무 먼 대통령 생각

최현철 논설위원
안드로메다는 은하 또는 그 안의 별자리 이름이다.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다. 그래서 250만 광년이라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가깝다는 느낌이 먼저다.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거의 유일한 은하며,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도 이곳 출신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에 언어생활에서는 멀다는 느낌을 강조한 비유로 쓰인다. 개념이나 정신, 감성을 안드로메다에 보냈다고 하면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느낌과 용법의 묘한 차이는 가까운 것 중에 가장 멀어서 생긴 부조화가 아닐까 싶다. 지난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씨를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에 등용한다는 소식에 ‘안드로메다’가 퍼뜩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매일 언론에 나와 가까운 듯한데, 그 의도를 이해하기엔 국민의 감수성에서 무던히도 멀다.

국정농단 공범을 비서관에 임명
“업무 역량 높이 사” 설명 기막혀
공정·상식 기대 국민 생각과 거리

사실 지난 2년간 보여준 윤 대통령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칭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고 표현한 메시지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것은 그나마 준수한 편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고위 공직자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책임은 법적으로 딱딱 물어야 한다”고 버텼다. 유죄 판결이 확정돼 구청장 자격을 잃은 사람을 곧바로 사면해 해당 지자체의 보궐선거 후보로 세운 것도 보통의 감성은 아니었다. 선거 직전 수사받는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내보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처음엔 필부가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이나 고도의 노림수라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남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어진다. 생각과 말이 이처럼 멀리 있는데 어찌 유권자 마음을 움직여 표를 받을 수 있을까. 여당의 총선 참패는 대통령 몫이 8할이라 할 수 있다.



무려 1년9개월 만에 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사과했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뭔가 달라지려나 하는 기대가 생기려는 순간, 김 여사 관련 수사 책임자들을 모두 쫓아내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회견 나흘 만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사과하지 말든지.

정호성씨의 기용은 상식 파괴의 끝판왕이다.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그를 사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비서관에 임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는 청와대에서 장관과 수석들이 가져온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대신 전달하며 위세를 부렸다. 반면에 아무 직책도 없는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건네고 지시를 받았다. 국정농단의 공범이다. 그를 수사해 기소한 사람이 윤 대통령 본인이다. 정씨가 대통령실에 들어가면 과거 최순실씨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떠오른다. 더구나 다른 직책도 아니라 시민사회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에 앉히겠다는 깊은 뜻을 도무지 이해할 방법이 없다. “업무 역량과 자기 관리, 처신을 잘한” 점을 높이 샀다는 설명은 더 기가 막히다. 정말 국민이 믿어줄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는 것일까.

한때 80%를 넘던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스스로 내세운 가치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등과 공정, 정의라는 멋들어진 언어는 조국 사태를 비롯한 많은 사건을 거치며 차곡차곡 뭉개져 갔다. 결국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 대통령이 정권을 차지했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가 간절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김 여사 관련 사건으로 공정은 멀어졌고, 상식은 그보다 더 멀리 가버린 듯하다.

과학자들은 안드로메다와 우리 은하가 언젠가는 합쳐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 시점은 40억 년쯤 뒤라고 한다. 그때까지 인류는 지구의 주인일까, 멀리서 들려오는 대통령의 생각과 말이 우리 마음에 닿을 때쯤이면 정치 지형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최현철(choi.hyeo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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