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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흩어진 ‘기러기 떼’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안항(雁行)’이라고 했다. 기러기 행렬, 영어로는 ‘Flying geese’다. 1970~80년대 동아시아의 산업 발전을 말할 때 흔히 쓰던 표현이다. 일본이 가장 앞서 날았고, 그 뒤를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NIES)이, 마지막에는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가 따랐다. 경제는 그 순서대로 발전했고, 기술도 그 순서로 이전됐다.

뜬금없이 ‘기러기 떼’를 얘기하는 건 한·일·중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아시아 산업 협력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미래 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1990년대 중국이 국제 분업에 본격 참여하면서 동아시아 산업에 ‘중국발’ 변화가 시작됐다. [중앙포토]
90년대 들어 기러기 대열은 흩어진다. 중국이 촉발했다. 국제 분업에 본격 참여한 중국은 주변국 공장을 대거 끌어들였다. 부산의 완구 공장이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으로 이전하는 식이다. 급성장하는 중국은 편대의 꼬리에 붙는가 싶더니 아예 대형을 통째 흔들었다.

기러기 떼는 2000년대 다른 편대로 날았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계기였다. 동아시아 주변국은 중국이라는 ‘세계 공장’에 중간재를 수출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중국 우시(無錫)에서 생산되는 컬러TV의 경우 디스플레이는 한국이, 이미지 센서는 일본이, 박스는 태국이 만들어 공급한다. ‘생산 공유’를 통한 협력이다.



2010년대에는 ‘클러스터(산업 집적)’가 눈에 띈다. 거대 공장 주변으로 부품 회사가 몰리면서 중국 곳곳에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상하이-충칭(重慶)의 노트북PC 클러스터는 지금도 세계 노트북의 90% 이상을 만든다. 창춘(長春)에는 자동차 클러스터가, 난징(南京)에는 화공 클러스터가 들어섰다. 한국에서도 수원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산·울산의 조선 클러스터 등이 둥지를 틀었다. 당시만 해도 동아시아 산업에는 협력과 분업이 통했다.

지금 트렌드는 ‘공급망 전쟁’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몰아내겠다고 벼른다. 반도체가 가장 뜨겁고 전기차·AI 등 미래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독자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협력 공간은 좁아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센카구(중국명 댜오위다오)분쟁 등 지정학 변수가 협력을 막는다. 기러기들은 어디로 날아야 할지 헤맨다.

한·일·중 3국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지정학’ 요소를 얼마만큼 걷어낼 수 있을까? 기러기들이 함께 모여 먹이를 나누던 협력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까? 회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한우덕(han.woo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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