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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일 끊기고 알바는 잘렸다…의료공백에 엮인 '을의 눈물'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 입구에 병동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요 병원들은 병동을 축소 운영하거나 남은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으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100일 가량 계속되면서 환자 감소로 인해 간병인·알바직원·청소부·마을버스 기사 등이 실직하고, 식당·편의점·환자방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또 의료 소모품을 생산하는 영세업체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공장 문을 닫았다. 집단행동의 파도가 '을 중의 을'을 덮쳤다. 그나마 대형병원은 힘들다고 호소할 데라도 있지만 이들 '의료 약자'는 신음조차 못 낸다.

병원 카페, 직원 2명 떠났다…"코로나 때 보다 어려워"
지난 17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카페. 30분 간 주문이 2건에 불과하다. 이날 하루 주문은 189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428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직원은 "전공의 파업 이후 매출이 60% 줄었다. 환자나 가족은 물론이고 원내 손님(전공의 등)도 줄었다"며 "동료 직원 두 명이 나갔고, 나머지는 근무시간을 줄였다"고 말한다. 병원 주변 핫도그집은 최근 직원 1명을 내보냈다. 칼국수집 라영섭 사장은 "하루 매출이 3분의 1(100만원) 줄었다"며 "이 동네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옆 고깃집 사장은 "오후 6시 넘었는데, 손님이 1명뿐이다. 환자와 가족, 병원 직원들이 주요 손님인데 너무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19 때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수술·외래환자 감소→입원 감소→병동 폐쇄'로 대응했다. 간병인이 직격탄을 맞았다. 문명순 서울대병원 희망간병분회장은 "간병사 요청이 하루 8~10건이었는데, 지금은 1~2건뿐이다. 어떻게 먹고 살겠나"라고 말했다. 중환자를 비롯해 돌보기 힘든 환자를 담당하면 하루 15만원, 월 400만원 번다. 경증환자는 여러 명을 공동 간병한다. 문 분회장은 "한 달에 2~3일 일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월 50만 원도 못 번다"고 하소연했다.
삼성서울병원 근처 환자방 입구. 남수현 기자

21일 서울대병원 본관 화장실에서 만난 청소원은 실적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환자가 확 줄은 게 보인다. 다들 모이기만 하면 '병원이 어렵다는데 우리는 어쩌나. 곧 정리되지 않을까'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고은정 서울아산병원 청소용역업체 노조위원장은 "병동을 폐쇄하고 통합하면서 거기 미화원이 공중에 붕 떴다"고 말했다. 또 "근무가 주 6일에서 5일로 강제로 바뀌었고, 수당이 50만원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월 50만원 못버는 간병인도…환자방은 '텅텅'
21일 오후 서울대병원 본관 앞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20여분간 버스 4대가 들어왔다. 그런데 내린 손님은 딱 2명이었다. 버스 기사는 "종전 손님의 절반도 안 된다. 회사가 문 닫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 회사 사장은 "코로나19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오후 시간대에는 버스를 두 대 줄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내 마을버스 정류장의 모습. 채혜선 기자
편의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20일 오후 서울대병원 본관 편의점 직원은 "외래환자가 없으니 손님이 없다. 종전에는 계속 바코드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한가하다"고 말했다. 지하 식당가도 큰 타격을 받았다. 50대 남자 직원은 "손님이 넘쳐 추가 근무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어서 수당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암수술이 줄고 뒤로 밀리면서 지방환자를 위한 일시 거주시설인 환자방도 텅텅 비었다. 삼성서울병원 주변 한 원룸텔 주인은 "방 40개 중 월 28개꼴로 찼는데, 지금은 3개만 찼다. 이래서 뭘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의대생 집단휴학도 영세상인을 힘들게 한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인근 편의점 알바생은 "손님이 정말 많이 줄었다. 학생들이 주로 오는데,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인근 서점 직원은 "오프라인 영업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경영난이 영세업체로 이어진다. 수술이 줄자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사용하는 의료 소모품 사용량이 급감했다. 또 서울대병원은 납품대금 지급기일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미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 소모품 업체는 3,4월 두 달 공장 문을 닫았다. 한 달은 임금을 70% 지급했고, 다른 달은 무급휴직 했다. 이 회사 대표는 자금을 융통하느라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는 "더는 버티기 어려워서 조만간 직원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소연할 데 없는 의료 약자 대책 내놓아야"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는 대형병원 대책만 냈을 뿐 의료 약자에는 관심이 없다. 대형병원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선지급하기로 곧 신청을 받아 자구노력 등을 고려해 선정할 방침이다. 우선 석 달 간만 지원한다. 정부는 100여곳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건보 진료비는 진료 후 2~3개월 후 지급되는데, 이를 앞당기면 무이자 대출 효과가 난다.

의료 소모품 업체 대표는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대출 보증서를 끊어주면 은행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그것도 안 된다. 복지부가 나서면 될텐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 중하순 시작된 전공의 파업이 두 달 반 가까이 이어지면서 대형병원과 근접한 이른바 '문전약국'의 한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임시공휴일인 6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앞의 약국가 모습. 연합뉴스
의사를 제외한 병원 직원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한 국립대병원 간호사는 "야간 근무수당(월 40만~50만원)이 사라졌다. 병원 사정이 어려워지니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며 "병동의 동료들이 '의사 파업에 왜 다른 직종이 피해를 봐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병원 관련 영세상인이나 업체가 급작스레 대형병원 환자 축소 사태에 맞딱뜨리면서 뜻하지 않은 유탄을 맞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테지만 대출 보증 같은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식으로 업종에 맞는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공의가 조속히 돌아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정부가 사직서 처리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집단행동을 유발하고 대치 국면을 장기화 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사직서를 처리해 진짜 사직할 사람은 사직하고, 복귀할 사람은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공백 장기화로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 같은 병원 내 다른 직종의 신규 취업길도 막히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의대 증원이 확정된만큼 정부가 출구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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