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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전쟁'서 실리 챙긴 인도, 그 뒤엔 '모디의 보검' 있다 [후후월드]

세계가 '두 개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사이 어느 한 편에 서지 않은 채 실리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나라가 있다.

세계 1위 인구대국 인도 이야기다. 인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면서도, 이스라엘에 자국산 드론을 공급해 외화를 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서방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러시아와 현대식 무기의 공동 생산을 포함한 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했다. 서방 국가들이 대러시아 제재에 나선 사이, 되레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장관이 2023년 11월 12일 영국 런던 니스덴 사원에서 열린 디왈리 축제에서 연설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절묘한 줄타기로 실리를 얻고 있는 인도 균형 외교는 40년 이상의 외교관 생활에 잔뼈가 굵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69)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분석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1970년대 후반부터 구소련을 비롯해 일본·체코·싱가포르 등에서 일했다. 그는 2011년 주중 대사를 맡으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중국 부임 덕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주중·주미 대사 역임…은퇴 전 모디가 붙잡아

뉴스위크는 "현재까지 이어진 자이샨카르와 모디의 관계는 베이징에서 시작됐다"면서 둘의 인연을 집중 조명했다. 2011년 구자라트 주(州)의 주 총리였던 모디는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때 공산당 관리들과 기업인, 인도인 유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당시 주중 인도 대사였던 자이샨카르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2023년 12월 5일 인도 뉴델리에서 자이샨카르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이샨카르는 중국 대사 임기를 마친 뒤 2013년 주미 대사로 워싱턴에 부임했다. 당시 모디는 2002년 구자라트 폭동에 간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미국 정부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2012년 인도 대법원는 그가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고, 2014년 총선거에서 승리한 모디는 총리 자리에 올랐다.

총리가 된 뒤 미국 비자를 발급받은 모디는 같은 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인도계 미국인 행사에서 연설했다. 당시 모디의 '컴백 무대'를 마련한 사람이 당시 주미 대사였던 자이샨카르였다. 4개월 뒤, 모디는 퇴임 예정이던 자이샨카르를 차관으로 '깜짝' 기용했고, 2019년 외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뉴스위크 "모디가 품은 보검"

하지만 두 사람의 출신 배경 등은 완전히 다르다. 자이샨카르는 뉴델리에서 태어나 자랐고, 인도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델리대학 세인트 스티븐스 칼리지와 자와할랄 네루 대학을 나왔다. 반면 모디는 구자라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기차역에서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팔면서 자랐다. 모디는 주로 힌디어를 쓰지만, 자이샨카르는 대부분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출신도 언어도 다르지만, 모디의 '간택'을 받은 자이샨카르는 철저히 국익을 내세우는 '모디 외교'를 실천했다. 모디 집권기 인도는 전략적 자립외교를 표방하면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多)동맹주의를 내세워 왔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협의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전략 대화), I2U2(인도·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 연방·미국 4개국 외교 협력체) 등은 이러한 인도 외교의 결실이다.

지난 3월 방한했던 자이샨카르는 자국 외교를 '공중그네 곡예'에 비유하며 "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좀 더 방어적으로 줄타기 외교를 했다면 이젠 더 자신감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이샨카르는 인도 현지 대학에서 개최된 강연에서 "세계의 여론을 인도에 유리하게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자이샨카르를 두고 뉴스위크는 "모디가 가슴에 품고 있는 보검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자이샨카르(왼쪽) 인도 외무장관이 2024년 3월 26일 필리핀과의 양자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인도는 외국인 혐오"에 직접 반박

자이샨카르는 초강대국 미국에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모인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민을 환영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과 인도가 문제를 안고 있는 건 그들이 외국인을 싫어하고 이민을 꺼리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틀 뒤인 지난 3일 자이샨카르 장관은 로이터통신에 인도가 역사적으로 개방적인 사회였다고 반박했다. 2020년 통과된 인도의 시민권개정법(CAA)을 언급하면서 그는 "인도는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는 법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웃 국가에서 박해를 피해 온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건 인도가 개방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이 2023년 12월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렇게 강대국에도 강하게 대응하는 인도 외교를 두고 포린폴리시(FP)는 '전사 호랑이(전호·戰虎) 외교'라고 불렀다. 중국의 외교 방식을 '전사 늑대(전랑·戰狼)', 대만의 외교를 '전사 고양이(전묘·戰猫)'로 부는 것처럼 인도 외교는 호랑이와 흡사하다는 애기다. 뉴스위크도 "인도의 '전사 호랑이 외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유진(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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