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닌 청년 김남준이었다면?…'이방인'의 순간들 다루는 RM 솔로 2집
" “‘만약 이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어요.” "
방탄소년단(BTS) RM(김남준·24)은 신보를 내게 된 출발점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 24일 발매한 그의 솔로 2집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Right Place, Wrong Person)은 2022년 12월 ‘인디고’(Indigo)이후 1년 5개월 만의 개인 앨범이다.
총 11곡이 담겼는데, 현재 군 복무 중인 RM은 입대 전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일찍이 작업을 마쳤다. 앨범은 모두 RM이 평소 관심을 가졌던 얼터너티브 장르의 곡들로 채워졌다. 얼터너티브는 팝·록 등 주류 장르가 행해 온 기존의 고정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음악적 시도를 말한다.
전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RM은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보편적인 감정과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메시지를 앨범에 담았다”고 소속사 빅히트 뮤직을 통해 밝혔다.
타이틀곡 ‘로스트!’(LOST!)는 공개한 지 하루도 안 돼 이탈리아·프랑스·일본·멕시코 등 73개 국가에서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빠른 템포의 얼터너티브 팝으로, 밴드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작곡에 참여했다.
곡은 모순이라는 감정 때문에 정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조명하고, 비록 길은 잃었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 역시 괜찮을지 모른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이야기한다. RM은 “모든 상황과 관계에서 옳고(right) 그르다(wrong)는 개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그것이 나의 지난 1년을 상징하는 좋은 키워드가 됐다”면서 “결국 모두가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다는 결론에 닿았다”고 설명했다.
수록곡들 역시 비슷한 결을 품고 있다. 앨범명을 살짝 비튼 곡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했고, ‘너츠’(Nuts)는 인간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불만을 담담하게 풀었다. ‘아웃 오브 러브’(out of love)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로인’(Groin)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미국 재즈 듀오 도미&JD 벡, 미국 뮤지션 모세스 섬니, 영국 출신 래퍼 리틀 심즈, 밴드 혁오의 오혁, 바밍타이거 산얀 등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전곡을 들은 BTS 멤버 지민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뮤지컬 영화를 본 것 같다. (앨범 트랙) 처음부터 끝까지 뮤직비디오를 통째로 찍어서 30분 가량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호평했다. RM은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 ‘로스트!’와 선공개곡 ‘컴 백 투 미’,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모두 그의 개성이 담긴 곡들인 만큼 뮤직비디오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연출로 채워졌다.
‘컴 백 투 미’ 뮤직비디오는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영상에서 RM은 문을 통해 여러 시공간 차원을 넘나드는데, 각 차원에서 한 가정의 가장·다투는 연인·어린아이 등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조우한다.
골든글로브, 에미상을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연출·제작·극본을 맡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암살’의 류성희 미술 감독, ‘1987’·‘만추’의 김우형 촬영 감독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로스트!’ 뮤직비디오는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의 뮤직비디오 디렉터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오베 페리가 연출했다. RM은 낙천·냉소 등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과 미로를 헤매는 모습을 연기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랩·보컬 등 노래와 메시지가 강하고 독특하게 들어가 있는 앨범”이라면서 “아이돌, 소위 주류 아티스트로서 RM의 모습을 재료 삼아 본인의 생각을 곡과 이미지·영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평단에서 호평받는 한국·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곡 작업에 참여한 것도 의미가 있다. 평소 다양한 아티스트에 관심 갖는 RM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협업의 좋은 예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환희(eo.hwanhee@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