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120만' 극우정당 28세 당대표…EU 결정적 순간 만드나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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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잔
[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 3월 프랑스 동부 몽벨리아르에서 열린 집회에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유럽의회 선거 유력 후보인 조르당 바르델라(가운데)가 지지자들과 셀카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르델라는 농부들을 처벌하는 ‘징벌적 생태학’과, ‘대량 이민’에 반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ded4263f-94cd-48dc-9e78-efb1ef374e26.jpg)
#최근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집회에 28세의 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를 보려는 군중 2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상당수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5년 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바르델라는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우면서도 젊음과 친근함을 무기로 120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중이다. 다음 달 6~9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르델라의 RN 지지율은 31.5%,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지지율은 17%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가 마드리드에서 연 행사엔 프랑스 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가 등장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유럽의회에서 Vox의 지지가 EU의 방향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르펜), “애국자들이 브뤼셀(유럽의회가 있는 곳)을 점령해야 할 때”(오르반 총리), “우리는 결정적인 선거를 앞두고 있다”(멜로니 총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극우세력들이 선거 직전 한층 끈끈해진 연합을 과시한 것이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또 약진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선거 결과가 가져올 파장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중도 정당들이 여전히 과반을 유지해 유럽의회가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으나,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유럽연합(EU)의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극우정당들이 기존 EU의 녹색·무역·이민 정책을 바꾸고 EU와 중국·러시아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영희 디자이너](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fc53a265-4701-448a-b183-dd3080ae7601.jpg)
제3세력, 중도서 극우로?
그간 유럽의회에선 의석 수가 가장 많은 제1그룹 ‘유럽국민당’(EPP), 제2그룹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 제3그룹인 RE가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켜왔다. 각국 정당들이 모인 이들 그룹은 교섭단체로 사실상 제1당, 2당 역할을 했다. EPP는 중도 우파, S&D는 중도 좌파 성향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번 선거에서 ID가 59→85석으로 늘어 제3그룹으로 도약할 거라고 전망했다. 반면 RE는 102→80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는 ID와 유사한 극우계열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도 의석수를 30~50석 늘려 극우그룹의 전체 의석 비중이 현재 18%에서 22~25%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ECR엔 폴란드의 ‘법과 정의’(PiS),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 형제들’, 스페인 Vox 등이 속해 있다.
![지난달 28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페스카라에서 열린 이탈리아형제들 캠페인 회의 중 무대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63f82482-54b7-484d-bb2e-9473ead73512.jpg)
극우의 약진에도 EPP와 S&D는 기존 제1·2당의 위치는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의석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녹색당 계열은 의석을 최대 1/3을 잃을 거란 예측이 나왔다.
극우정당들은 향후 유럽의회 운영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프랑스 우파 의원 장 폴 가로는 “우리는 유럽의회 위원회나 의장 또는 부의장직도 가질 수 있다”며 “극우정당연합이 녹색 정책이나 자유 무역 제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민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극우인 ID가 ECR과 힘을 합쳐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19일 프랑스 극우정치인 마린 르 펜이 마드리드에서 유럽 선거를 앞두고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집회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c927978a-ef57-4fb0-a06a-397112bccf13.jpg)
극우정당들은 세력 재구성도 논의하고 있다. ID는 23일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ID에서 제명했다. AfD 소속 의원이 중국·러시아 스파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데 이어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놓으면서다.
만프레드 베버 EPP 의장은 “유권자들에게 AfD가 푸틴과 시진핑의 대사 역할을 한다는 걸 알리겠다”고 말했다. 바스 아익쿠트 녹색당 공동대표는 “러시아와 중국은 유럽을 약화시키고 싶어한다. 극우파도 유럽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독일 남부 도나우에싱겐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극우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의 마스크를 쓴 시위자가 중국과 러시아 국기를 들고 가슴에 '독재자를 위한 대안'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서 있다. 막시밀리안 크라는 보좌관이 중국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고, 스스로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의심스러운 금품을 받은 혐의로 독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크라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선 "모든 나치 친위대원이 범죄자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자 22일 모든 선거 캠페인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c93506b7-795a-47ea-920e-3c4fc5b26a03.jpg)
![1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부 활동가들이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전 폴란드 총리, 복스 지도자 산티아고 아바스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가면을 쓰고 '혐오스러운 다섯(Hateful Five)' 극우 정치인을 물리치기 위해 뭉치자고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6c48ea20-b206-4dd9-a99e-8444adfdd2f9.jpg)
“선거 결과, 기업 보조금에 영향 주시”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30세 미만 독일 젊은이들은 인플레이션(65%), 비싼 주택(54%), 노년기 빈곤(48%), 사회 분열(49%), 이주민 및 난민 유입 증가(41%)를 걱정했다.
한 프랑스 건설 노동자는 지난 3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햄치즈 바게트 롤의 재료 가격이 3배로 올랐다며 “빵, 치즈, 버터 등 모든 것이 올랐다. 마크롱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주택 같은 국내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 중엔 EU 녹색 규정과 자유 무역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10일 독일 코트부스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카타리나 발리 유럽의회 부의장 사진이 담긴 독일 사회민주당(SPD) 포스터가 훼손됐다. 누군가 AfD라고 적기도 했다.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에선 선거 포스터 훼손 사례가 늘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30/67283413-3cb6-417d-a169-1725ff718d10.jpg)
글로벌 기업들은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유로뉴스는 “선거 결과는 무역 정책,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에선 유럽의회가 침체에 빠진 유럽 경제를 되살리는 데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논의가 중단됐던 ‘자본시장동맹(Capital Markets Union)’에 힘을 실어야 한다거나, 미·중 경쟁 속에서 EU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일현(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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