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구 거래도 중고차처럼…가구 시장의 게임 체인저[비크닉]
" “미국에서 공부할 때 도서관에 유난히 공부가 잘되는 의자가 있었어요. 살 수 있는지 물어보니 교내 기념품 숍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800달러(108만원)가 넘는 의자였어요. 그때 의자가 그렇게 비쌀 수도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 "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새롭게 문을 연 앤더슨씨 성수점 전경. 사진 앤더슨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b5b5d76c-6905-42e2-879d-4036a8498bd0.jpg)
앤더슨씨는 디자인 가구를 위탁·대여·스타일링하는 업체입니다.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와 디자이너 중고 가구를 취급하죠. 찰스 임스·조지 넬슨의 가구부터 장 푸르베, 조지 나카시마의 오리지널 피스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가구를 제안해요. 쇼룸과 카페를 겸하는 앤더슨씨 청담점·성수점, 식음료(F&B)를 주력으로 하는 앤헤이븐 삼성점·현대백화점본점 등 서울에서 네 군데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온라인 숍도 운영하는데, 현재 앤더슨씨 앱에 등록된 판매 가구는 5100여점. 디자인 중고 가구를 취급하는 업체 중 국내 최대 규모죠.
사실 빈티지 가구는 업의 특성상 규모를 키우기 쉽지 않아요. 국내 디자인 가구 시장의 규모도 크지 않은 데다, 중고라는 허들을 하나 더 넘어야 하죠. 무엇보다 세상에 딱 한 점, 재고가 하나 뿐인 가구를 취급한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어요. 하지만 앤더슨씨는 이 어렵다는 빈티지 가구 시장에서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요. 가구 판매를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매출이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고 해요.
가구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약 5년 만에 단단한 브랜드를 일궈낸 앤더슨 초이 대표를 지난 2일 만났어요. 지난달 오픈해 화제가 된 앤더슨씨 성수점에서죠.
![지난 2일 앤더슨 초이 대표가 성수점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앤더슨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14724251-ad27-4435-ad18-c846e8e6be26.jpg)
창문 액자에 작품 한 점, 열린 가구 거래소
성수점은 여러 의미로 앤더슨씨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됐어요. 초이 대표는 성수점 확장을 “세대의 확장”이라고 설명하죠. 기존 청담·삼성동이 30·40세대 이상에게 소구하는 지역이었다면, 성수는 10·20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역이니까요. 예약제로 운영해왔던 청담점과 달리, 성수점은 늘 열려있어 접근성도 높였어요.
![액자 프레임처럼 구성된 건물 창문에 가구 한점을 절묘하게 배치해 눈길을 끈다. 사진 앤더슨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d3477903-7ad4-496f-8e45-bc608526c7e4.jpg)
성수점은 또한 가구 거래소로서의 확장을 의미해요. 앤더슨씨의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바로 가구 매매 위탁 서비스예요. 현재 판매 가구 중 약 40%가 고객이 맡긴 가구죠. 덕분에 앤더슨씨에는 가구 재고가 늘 풍성해요. 빈티지 가구는 확보 수량 자체가 경쟁력이에요. 성수점 구관은 현재 위탁 가구 위주 쇼룸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디자이너 가구 중 비교적 대중적인 허먼밀러·비트라·프리츠 한센 등의 가구가 그득 놓여있죠. 언제든 들러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가져갈 수 있으니 구매자 입장에서도 편하고요.
가구는 부피도 커 한번 들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리 곤란하니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아요. 또한 비싼 디자인 가구는 중고로 판매할 때 떠올릴 수 있는 플랫폼도 많지 않고요. 일반 중고 거래 플랫폼은 개인 간 거래라서 정품 보증이 쉽지 않고, 누군가의 집에 가 물건을 본다는 것도 장벽이죠. 앤더슨씨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어요. 언제든 질리면 쓰던 가구를 위탁해 판매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죠. 실제로 앤더슨 씨 앱에 가면 위탁 가구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가구 재고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앤더슨씨 앱 화면 캡처](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96c5adaa-c18a-427b-903a-7a1df2e568c7.jpg)
빈티지 가구의 문턱을 낮추다
![디자인 가구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카페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사진 앤더슨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ad6cca00-44cf-46cd-b527-0425b80d7a8e.jpg)
스타일링은 덤입니다
교환이 가능한 건 역시 풍부한 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두 중고 상품이죠. 박스만 뜯어도 가치가 하락하는 새 상품과는 달리, 중고는 이미 감가가 돼 있기 때문에 가치가 줄지 않으니까요. 대규모 상업 공간 컨설팅이 들어오면서 위탁 가구 소진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가구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무한정 쌓아두면 공간 운용이 쉽지 않은데, 위탁으로 많은 재고를 확보하고 또 이를 빠르게 소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죠.
![지난해에만 100여군데의 공간 스타일링을 진행했다. 사진 앤더슨씨](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30a109d8-2591-4d60-a371-947e246d3307.jpg)
매일 쓰는 ‘가구 저널’로 팬을 만들다
앤더슨씨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홍보 글과는 결이 달라요. 직접 스타일링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좋아하는 디자이너 이야기, 가구 브랜드의 역사나 철학까지 읽을거리가 중심이죠. 놀라운 건 매일 300~500자 정도의 글을 직접 쓰고 있다는 거예요. 초이 대표는 “비싼 가구를 팔면서 크기나 재료, 생소한 제조사 정도의 단순 정보만 준다는 게 아쉬웠어요. 가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글을 쓰되, 전문 컬렉터도 초심자도 아닌 중간 눈높이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2019년부터 꾸준히 쓰고 있어요”라고 했어요.
![거의 매일 올라오는 가구 저널은 앤더슨씨만의 강점이다. 사진 앤더슨씨 인스타그램 화면 캠처](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5/ff73bdcd-c380-4687-8e8a-8d00869b54a6.jpg)
검증된 가구 거래소를 꿈꾸다
이런 흐름이 지속하려면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사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해요. 그래서 큰맘 먹고 구매한 리빙 상품의 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세컨드 마켓(중고 시장)도 잘 형성돼야 하고요.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가구 거래소가 되는 것, 바로 초이 대표의 지향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 “중고차 시장이 확실히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담 없이 비싼 차도 사는 것 아닐까요. 시세가 형성되어 있으니 언제든 팔면 되니까요. 디자인 가구도 자동차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하면 새 가구 시장도 활성화할 거예요. 살 때 귀한 건, 팔 때도 귀해야(buy good, sell good) 하죠. 그래야 귀한 걸 계속 살 수 있으니까요.” "
유지연(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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