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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보다 늦게 퇴임할 공수처장 [강주안의 시시각각]

강주안 논설위원
‘대통령의 정치 고문들은 결국 특별검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어차피 그렇게 될 바엔 특별검사를 임명해 귀찮은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 버리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퍼스트레이디였던 1994년 1월 백악관 안팎에서 벌어진 ‘화이트워터 특별검사’에 대한 논의 과정을 저서 『살아 있는 역사』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변호사인 그는 ‘믿을 만한 증거도 없이 특별검사를 요청하는 것은 무서운 선례가 될 터’라며 반대 입장이었음에도 결국 특검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요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이런 논란이 오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진한 ‘채 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사이에 전운이 감돈다. 오는 28일 재의결을 앞두고 안철수·김웅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의원까지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결과 예측이 어려워졌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왼쪽 사진)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채 상병 사건 수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수처는 오전에 먼저 김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 이날 오후 박 대령을 추가로 불렀다. [연합뉴스·뉴스1]
이 사건을 키운 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출국금지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검법 논란 와중에도 공수처는 수사 의지를 보였다. 의혹의 핵심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군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화를 냈다는 ‘VIP 격노설’이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부인하는 김 사령관 사이에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과연 공수처와 특검 중 어느 쪽이 수사에 유리할까.
‘채 상병 수사’ 주체 놓고 여야 대립
특검법을 거부한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야당은 특검을 밀어붙인다. 양쪽 움직임을 비교하면 특검 수사가 더 묵직한 결과를 내놓을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막대한 인력·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친 특검이 많다고 평가한다. ‘BBK 주가조작 사건'(2007)에서 당시 검찰과 특검 모두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린 사례 등을 거론한다(정웅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과 제도의 이해』). 그 이유로 “매번 급조하다 보니 특검과 팀원들 간의 협업 능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 수사 중 팀원 간 불화가 발생”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특검, 검찰 의존 커” 전문가 지적
특검의 또 다른 한계는 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수사기관을 믿지 못해 특검을 추진하지만 정작 수사가 굴러가면 파견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 국회의 상설특검법안 검토보고서(2013년)는 “활동 기간의 한계로 인해 기존 검찰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임중호 수석전문위원)고 분석한다. 가깝게는 역대 최대 규모(122명)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 수사의 주역이 당시 검찰에서 파견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음을 떠올리면 된다.

현 정부를 ‘검찰 공화국’으로 규정하는 야당은 “(특검) 파견 검사는 복귀할 기존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박준휘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는 진단을 곱씹어 봐야 한다. 헌법상 영장청구권은 검사가 독점하기 때문에 검사의 협조 없이 강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독자 수사 가능 공수처 나을 수도
이에 비해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낫다. 공수처 검사는 영장을 직접 청구할 권한이 있다.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은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가진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해 왔다. 경륜 있는 검사 출신을 인선하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오 처장은 무능의 상징이었던 ‘1기 공수처’의 오명을 씻는 과제와 함께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자신의 흠결을 사죄하는 숙제도 받았다.
채 상병 사건은 공수처가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독립적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 된다. 오 처장의 임기(3년)는 다음 정부까지 이어진다. 공수처를 제 자리에 돌려놓은 이후에 특검 수사를 해도 늦지 않다. 지금 공수처를 무력화하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여권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강주안(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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