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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의 쇼미더컬처] 서울시무용단의 일무, 경복궁의 뉴진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한국 춤의 모던한 변신, 변증법적 조화와 증식을 보여준다”고 한 뉴욕타임스의 평이 과하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의 공연 ‘일무(佾舞)’. 일무란 종묘나 문묘 제향 때 여러 사람이 정렬해 추는 춤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절제와 엄숙미가 돋보이는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 등 전통 무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게 공연 ‘일무’다. 2022년 5월 초연 후 지난해 7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를 떠들썩하게 휘젓고 돌아왔다. 1막 일무연구에서 질서와 절도를 강조하며 예열하기 시작한 군무(群舞)는 마지막 4막 신(新)일무에 가선 화산처럼 폭발했다. K팝 댄스의 원류에 전통 군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동시대와 호흡하는 혁신이었다.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 중 2막 궁중무연구 장면. 궁중무용의 하나인 춘앵무를 역동적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특히 2장 궁중무연구의 2단 변신이 흥미로웠다. 원조는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창작한 궁중무용(정재)의 하나인 춘앵무다. 화문석 하나만 깔고 추는 독무가 24명의 대형군무로 확장됐다. 깔려 있던 화문석이 들려 올라가며 시작되는 응용 편에선 역동적인 춤사위 속에 여걸들의 카리스마가 번득였다. 얼마 전 창덕궁 달빛 기행 때 후원의 연경당에서 원조 춘앵무를 감상한 터라 대조가 확실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가을 종묘제례의 의식무를 봤던 게 신일무의 파격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됐다. 화려한 전통의상에 현대적인 칼군무라고 해서 뉴욕의 콧대 높은 관객들이 열광했을 리 없다. 수백년 간 갈고 다듬은 격조가 있기에 파격이 빛을 발했다.

걸그룹 뉴진스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린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 무대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녹화한 퍼포먼스가 현장 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뉴스1
궁중무가 공연장으로 오는 것만이 파격은 아니다. 지난 21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린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뉴 제너레이션’도 옛날 같으면 상상 못할 일이다. 문화재청이 새롭게 정비해 출범한 국가유산청 시대를 알리는 이날 공연에서 걸그룹 뉴진스는 국보 근정전 앞 퍼포먼스를 녹화해 선보였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두 번째다. 당일 저녁 KBS 녹화방영을 통해 132개국에 송출된 영상에서 600년 법궁의 정전(正殿)이 주는 아우라는 강력했다. 애초 난색을 표한 뉴진스가 섭외를 수락한 것도 ‘근정전 퍼포먼스’에 끌렸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예술은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만나 창조가 이뤄진다.” 서울시무용단이 속한 세종문화회관의 안호상 사장의 말이다. 종묘제례와 춘앵무가 종묘와 창덕궁을 떠나 낯설어짐으로써 혁신을 시작했듯, 멈춰있는 문화유산 공간에 동시대성이 접목되면 익숙함이 새롭게 변주될 수 있다. 그간 문화재 개념에선 보존과 복원에 방점이 찍혔다면 국가유산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에선 활용과 재창조가 적극 요구된다. 물론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국가유산청의 몫이지만 멍석은 넓게 깔아달라. 그 위에서 새로운 격과 파격이 태동할 수 있게.







강혜란(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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