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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앞 먼저 가라며 손짓…도핑에 승부조작까지 터진 中

러시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희한한 이름으로 출전했다. 평창에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들(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 도쿄와 베이징에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ussia Olympic Committee·ROC)’란 유니폼을 입었다. 매년 반복되는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참다못한 국제기구들의 징계로 러시아란 국가명을 쓰지 못하게 된 때문이었다.
" 그 배턴을 중국이 이어받을지도 모르겠다. "
지난달 뉴욕 타임스(NYT)는 중국 수영 선수 23명이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내용은 이렇다. 2021년에 도쿄올림픽 수영에서 중국은 금메달 3개 포함 6개의 메달을 땄다. 그런데 입상한 선수 상당수가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우승했다가 금메달을 박탈당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발리예바가 먹었다는 약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당시 중국 측은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소량의 금지 물질을 섭취했다며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했고, WADA는 이를 받아들였다. NYT는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안을 수사 중이고, 특히 여자 800m 계영에서 딴 중국 선수들의 금메달은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 금메달을 승계받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WADA가 매우 명확한 대응을 했다는 점을 주목해 달라. 보도는 가짜 뉴스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중국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 복용은 이미 세계를 한번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1990년대 초 여자 장거리 육상계엔 마군단(馬軍團)이란 철옹성이 있었다. 1992년 세계 주니어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800m, 1500m, 3000m, 1만m 등 중장거리 전 종목을 휩쓸었고,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여자 1500m, 3000m, 1만m를 석권했다. 3000m에선 중국 선수 세 명이 압도적으로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해 버렸다. 마군단이란 이름은 마쥔런(馬俊仁) 감독에서 비롯됐다. 그는 압도적인 기량의 비결로 고지대에서 매일 40㎞를 달리는 혹독한 훈련, 동충하초 같은 보약, 엄격한 관리와 통제를 꼽았다.

하지만 진짜 ‘비결’은 곧 드러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선수 6명이 지구력 강화물질인 에리트로포이에틴(EPO)을 사용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들은 올림픽 출전 기회가 박탈됐고 마쥔런은 중국 육상계에서 퇴출됐다. 반(反)도핑 기술이 지금처럼 진보하지 못했던 시절 얘기다.



이제는 새로운 불법 행위들이 중국에서 판을 치고 있다. 승부조작이다. 지난달 열린 베이징 하프마라톤에선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에서 선두를 달리던 아프리카 선수 3명이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그러면서 한 선수가 뒤따라 달리던 중국 허제(何杰) 선수를 향해 먼저 가라는 듯 손짓을 한다. 결국 허제가 우승했고 아프리카 선수 3명은 1초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 모습에 방송 해설진도 당황했다.

“지금 외국 선수들이 계속해서 허제 선수와 의사소통을 하는 건가요?”
“허제 선수를 격려하는 것 같은데요.”
“맞네요. 맞아.”
“허허 오늘 전 과정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네요.”
“이 선수들 4명은 협력이 아주 잘 되는 것 같아요.”

경기 후 허제는 “중국 선수들을 믿어달라. 서양 선수들을 숭배할 필요가 없다”며 의기양양한 인터뷰까지 했다. 하지만 경기를 시청한 누구라도 승부조작을 의심했고 결국 케냐 선수가 BBC에 “중국 선수가 신기록을 깨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선수가 계약을 맺었다”고 실토했다. 입상자들의 기록은 취소됐고 대회 조직위는 공식 사과했다.


지난해 4월 열린 중국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경기에선 경기 종료를 1분 정도 앞두고 장쑤(江蘇) 팀이 연달아 실책을 범하면서 순식간에 상하이에 10점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경기 후 승부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상하이와 장쑤는 플레이오프에서 제외되고 9억 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됐다. 미국 프로농구 스타 출신인 야오밍(黎明)은 중국 농구협회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중국은 지난해 내내 축구 비리로 들썩거렸다. 2022년 헤이룽장(黑龍江)과 난퉁(南通)팀 간 시합에서 2골 넘게 넣어본 적이 없던 난퉁이 3연승을 달리던 헤이룽장을 3-0으로 이겼다. 이 스코어에 거액의 베팅이 걸려있었던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리톄(李鐵)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5억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감독에 선임됐고, 선수들은 감독에게 뒷돈을 주고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이런 사실들을 매체들이 폭로하며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전 중국 축구협회장은 지난 3월 14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전 재산 몰수를 선고받았다. 같은 달 전 육상협회장과 축구협회 부사무총장은 10년 넘는 징역형을 받았다. 딱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서 중국이 ‘제2의 러시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말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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