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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퓰리처상 우일연 작가 "부모님 교육관 타이거맘과는 반대였다"

로스쿨 진학 고민하자 "넌 변호사로 행복하지 않을 거야" 말려 "세계서 폭발하는 한국인 창의력, 지켜보는 것 자랑스럽고 흥분돼" 세계무대 진출하려는 젊은 예술가에 "무대 아닌 작품을 목표로 하라"

[인터뷰] 퓰리처상 우일연 작가 "부모님 교육관 타이거맘과는 반대였다"
로스쿨 진학 고민하자 "넌 변호사로 행복하지 않을 거야" 말려
"세계서 폭발하는 한국인 창의력, 지켜보는 것 자랑스럽고 흥분돼"
세계무대 진출하려는 젊은 예술가에 "무대 아닌 작품을 목표로 하라"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기본적으로 날 내버려 두셨다. 일명 '타이 거 부모'(Tiger Parents)와는 정반대셨다."
미국 최대 권위를 가진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일연 작가는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부모의 교육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의대나 로스쿨 진학을 강요하는 많은 아시아계 부모들과 달리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라며 북돋아 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고 한다.


그동안 보도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은 있었지만, 도서(비보도) 부문 수상은 우 작가가 최초다.
우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로,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의 부친은 환기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설계한 재미 건축가 우규승씨다. 모친은 보스턴 컨서버토리 교수인 재미 피아니스트 김정자씨다.
앞서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6일 '주인과 노예:남편과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쓴 우 작가를 전기(傳記) 부문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
'주인과 노예:남편과 아내'는 1848년 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농장주와 노예로 변장해 북쪽으로 탈출을 감행한 크래프트 부부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이다.
작년 1월 출간된 이 책은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책 10권'에 포함되는 등 일찍부터 관심을 끌었다.
우 작가는 주인공인 크래프트 부부에 대해 노래와 이야기, 동작, 그리고 추임새가 강하게 결합한 "한국의 판소리가 가진 에너지를 느꼈다"면서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우 작가와의 인터뷰 문답.

-- 어린 시절을 어디서 보냈나.
▲ 보스턴에서 태어나 대학에 갈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한국에서 여름방학을 보낸 적이 몇 번 있다.
-- 저명하신 건축가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를 두셨다. 부모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 두 분 모두 모범을 보이시며 내게 영향을 많이 미치셨다. 두 분 모두 열심히 일하셨고, 또 일을 사랑하셨다.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소리를 즐기고 끊임없이 스케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 부모님의 교육철학은 어떠셨나.
▲ 교육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날 내버려 두셨다. 일명 '타이거 부모'(Tiger Parents)와는 정반대셨다.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라고 북돋아 주셨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아시아계 미국인 부모들은 자녀를 의대나 로스쿨에 가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버지는 (건축) 예술계 경력을 쌓으려고 의대를 그만두신 분이셨다. 나도 한때 내 문학 전공 학위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로스쿨 진학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내가 변호사가 되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며 말리셨다.
현명하시게도 직접 말씀하시진 않고, 이전에 변호사였다가 그만두신 아버지 친구분을 만나보라고 하셨다. 나중에 그분은 내 적성에 매우 맞지 않는 직업에서 관심을 떼라고 신신당부하셨다.

-- 이민자 가족으로서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학교생활은 어땠나.
▲ 운 좋게도 어렸을 적 다양성이 풍부한 학교에 다녔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이름을 딴 학교였다.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을 즐겁게 축하해줬고, 가족들이 저마다 가진 경험과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장려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교실에 오셔서 6·25 때 겪은 경험을 얘기하셨을 때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아직 기억한다.
그때 아버지가 기억을 더듬으며 칠판에 복잡한 한반도 지도를 그린 일, 선생님이 아버지의 지도 그림을 일주일 내내 지우지 않으신 일이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선생님은 지도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교실에 오셔서 주먹밥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신 일도 기억한다. 가끔 주먹밥을 도시락으로 싸갈 때마다 친구들과 맛있게 먹어 치우곤 했었다.
-- 원래 작가가 꿈이었나. 영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나.
▲ 오랫동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오랫동안 인정할 수 없었던 꿈이기도 했다. 나는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문학 박사과정을 밟았지만, 특별히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기보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 책의 주인공에 특별히 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 크래프트 부부의 글이 내게 영감을 줬다. 대학원에 다닐 때 수업 때문에 그들이 1860년에 쓴 '자유를 찾아 달린 1천마일'을 읽었다. 매우 강력하고 잊을 수 없는 독서 경험이었다.
사랑 이야기이면서 모험 이야기이며, 이전에 접해본 적이 없었던 자기해방에 관한 이야기였다. 재밌는 점은 (아내인) 엘런이 공동 저자인 게 분명한데도 책의 (남편인) 윌리엄 크래프트로만 저자로 등재됐고, 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됐다는 점이다. 책에는 엘런만이 알았거나 봤을 장면이나 줄거리 묘사가 나온다.
크래프트 부부가 그들의 이야기에서 얘기하지 않은 것, 특히 엘런의 관점에서 얘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탐구에서 책 출간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노예 여성으로서 그녀는 미국의 사회 서열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 어떻게 그녀는 그 세계의 정점에 있는 백인 남성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그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을까. 그녀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고, 또 무엇을 향해 도망쳤을까. 이런 게 내가 알고 싶었던 질문들이었다.

-- 한국에 번역본 출간 계획이 있나. 한국 번역서 제목으론 무엇이 마음에 드나.
▲ 한국어로 번역된 내 책을 보면 좋겠다. 구체적인 번역은 전문가들에 맡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의소리'(VOA)의 책 소개 기사에 나온 '주인과 노예:남편과 아내'란 제목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가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미국 역사의 세부적인 내용은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크래프트 부부가 가진 불굴의 정신, 서로와 가족에 대한 강렬한 사랑, 자기 방식대로 살고자 하는 투지, 남을 돕고자 하는 헌신, 이런 주제들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판소리는 노래와 이야기, 동작, 그리고 추임새가 강하게 결합해 있다. 크래프트 부부 역시 미국 전역을 돌며 또 나중엔 외국에 나가 자신들의 스토리를 말하고 노래했다. 판소리가 가진 에너지를 크래프트 부부에게서도 느꼈다.
-- 최근 미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문화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 다른 한국계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한국인의 창의력이 전 세계에서 폭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흥분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대부분 미국인에게 한국 문화가 낯설었던 시대에 자랐다.
TV에서 본 아시아계는 '매시'(MASH· 한국전쟁 당시 미군 야전병원을 소재로 한 1980년대 방영 미 드라마)에 나온 등장인물들이 유일했다.
문학도 비슷했다. 번역된 한국문학은 거의 없었다. 책에서 나와 닮은 아이가 등장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자랐다. 에이미 탄의 '조이럭 클럽'이 책과 영화로 나왔을 때 정말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 사람과 아시아계 미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픽션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오늘날 한국문화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게 한국문화 현상이 가진 핵심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스타일, 취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 사람들은 몹시 창의적이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창의적인 표현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끊임없이 분주하다.
-- 미국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싶은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부모님이 해주신 조언을 전하고 싶다. 정확히 말로 하시진 않으셨더라도 본보기로 보여주셨다. 무대가 아니라 작품을 목표로 하라는 것이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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