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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간부 늘리니 출산율 뛰었다"…日'육아왕국' 5선 지사 마법

사막과 흡사한 거대한 모래 언덕, 인적 드문 원시림으로 유명한 일본 중서부의 돗토리(鳥取)현은 ‘인구 소멸’ 위기와 싸우고 있는 일본의 ‘최전방’이다. 돗토리현의 인구는 약 53만명으로 일본 47개 광역지자체(도·도·부·현) 중 가장 인구가 적다. 면적(약 3507㎢)은 제주도의 두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제주도(67만명)에 못 미친다.


올해로 17년째, 돗토리현의 수장을 맡고 있는 히라이 신지(平井伸治) 지사는 저출생에 맞서 싸우는 '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 지사로 선출된 뒤 이듬해(2008년) 돗토리현의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2년 뒤 ‘육아 왕국 돗토리’를 선언했다. 이후 5선 임기 내내 어린이집 비용 지원, 불임 치료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육아 지원책”을 연구·도입하고 있다.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가 지난 8일 현청 접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결과는 아직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출산율은 반등해 2022년 기준 전국 지자체 중 3위(1.60명)에 오를 만큼 높아졌다. 반면 전반적인 인구·출생아 감소 추세는 반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방문할 만큼 돗토리현의 적극적인 육아정책은 일본에서 모범 사례로 부각됐다.

지난 8일 현청 접견실에서 히라이 지사를 만났다. 그는 “대학 진학, 취업 때문에 고향을 떠난 젊은 여성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만한 환경 조성”이 돗토리현 육아 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보다 아이를 낳도록 하는 ‘포인트’를 찾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육아왕국 '건국' 이후 출산율이 높아졌다. 비결이 뭔가.
A : “육아 정책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온 효과가 크다. 예컨대 돗토리현에서 가장 '소멸 가능성'이 높다고 꼽힌 와카사초(若桜町)와 함께 보육료 비용을 절반씩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무상화를 실현했다. 그러자 와카사초에 20~30대가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또 결혼이 점점 늦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불임 치료를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40대의 출산이 늘어났다. 되돌아보면 아이가 있다고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보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도록 하는 '포인트'를 발굴해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했다.”


Q : 오랜 노력에도 인구 감소세가 멈추진 않았다.
A :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찾기 위해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돗토리는 돗토리 사구 등 자연환경이 훌륭해 육아에 좋은 곳이다. 2022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늘어났는데, 이유 중 하나는 20~30대가 이주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꾸준히 추진해온 육아정책과 좋은 환경을 (젊은이들이) 평가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돗토리현청에서 34년 동안 일하는 여성응원과 안요지 유카 과장(오른쪽)은 일하면서 두 자녀를 키워냈다. 여성응원과 사무실엔 '이쿠보스 돗토리 공동선언' 등 다양한 구호가 붙어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Q : 한국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깊다.
A : “2008년부터 일·한 지사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많은 지자체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양국 공통된 과제인 저출산 원인 중 하나는 서울과 도쿄에 인구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간 20~30대 육아 세대의 목소리는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돗토리현에 '청년활약국'을 설치했다.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 젊은 층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나온 의견을 예산에 반영해 육아, 이주 정책에 연결하려 한다. 청년들이 성별과 상관없이 활약할 수 있고,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는 동시에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켜야 한다.”

인터뷰에서 히라이 지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직장 분위기”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현청 간부 중 여성 비율을 높이고, 남성 직원의 육아 휴직 사용을 확대하는 이유다. 히라이 지사는 지자체가 모범을 보여야 지역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돗토리현 육아정책 홍보 포스터엔 '육아 왕국 돗토리' 글자가 크게 쓰여있다. 돗토리현 제공

Q : 양성 평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직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A : “자치성(현 총무성) 직원 시절, 미국에 파견돼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봤다. 당시 ‘왜 일본에선 안 될까’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사가 된 뒤 여성 관리직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일부에서 ‘여성은 관리직 진출이 어렵지 않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여성 과장, 부장을 늘려갔다. 현재 돗토리현은 여성 관리직 비율이 25%로 8년째 일본에서 1위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시행착오 끝에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 계획표 작성을 도입했더니 사용률이 높아졌다.”



Q : 육아 휴직 계획표가 궁금하다.
A : “육아휴직 몇 달 전부터 휴가 동안 직장 내 업무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상사나 동료와 함께 미리 계획을 세운다. 계획표를 도입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2018년 7.3%에서 2022년 44.2%로 훌쩍 뛰었다. 또 민간단체가 먼저 추진한 ‘이쿠보스(육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상사)’ 정책을 더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쿠보스 점수가 높은 관리직엔 보너스를 늘리도록 연결한 거다. 육아 지원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5개월 동안 육아 휴직을 사용한 돗토리현 다나카 나오키 계장은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경력(커리어) 단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Q : 현청 내 변화가 지역사회에도 영향 미칠까.
A : “돗토리현 내 소도시뿐 아니라 지역 기업에서도 여성 관리직 비율이 '전국 1등급'으로 올랐다. 다른 지역보다 여성의 이직률도 낮다. 육아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체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력하면 결과는 따라온다. 한국어로 하면 ‘시작이 반이다’.”


Q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A :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어린이 가정청’을 설치했다. 국가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도, 한국도, 중국도 인구가 줄고 있다. 젊은 층이 육아를 부담스럽게 느끼는데, 가치관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저출생대응기획부' 설치를 계기로 일본과 한국이 동아시아의 과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히라이 신지 지사는
1961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총무성의 전신인 자치성에 들어갔다. 1999년 돗토리현에서 파견 근무하면서 돗토리현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01년 당시 39세 나이로 돗토리현 부지사에 취임했다. 일본 지자체 역대 부지사 중 최연소였다.

약 6년간 돗토리에서 근무하면서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돗토리에 애착을 갖게 됐다고 한다. 2006년 지자체국제화협회 뉴욕 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돗토리 주민들로부터 지사 선거 출마를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귀국 후 2007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사에 당선됐다. 이후 연이어 재선에 성공하면서 돗토리현 지사로는 5선이라는 최다 당선 기록을 세웠다.

일본 전국지사 회장(2021~2023년)을 맡으며 코로나19 대책, 저출산 대책 등 중앙 정부에 지자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도 맡고 있다.『작아도 이길수 있다』,『돗토리력(鳥取力)』등을 출간했다.



오누키 도모코(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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