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미·영·독일 대사 직접 챙긴다, 성소수자 '프라이드 갈라' 뭐길래

성소수자 권익을 위한 '프라이드 갈라'를 주최하는 김승환(왼쪽), 김조광수 부부가 16일 서울 을지로 신나는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건 17일 열린 올해 프라이드 갈라 안내장. 김종호 기자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1871~1922), 프리드리히 2세(1712~1786)에겐 공통점이 세 개 있다. 자기 분야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긴 위인이라는 점과, 성소수자였다는 점, 그리고 한국 서울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프라이드 갈라(Pride Gala)에서 작품이 소개됐다는 점이다. 프라이드 갈라는 성소수자 권익을 위한 비영리단체, 신나는센터의 김조광수 이사장과 김승환 대표가 꾸리는 행사다. 2019년부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5월 17일에 개최된다. 지난 17일에도 서울 전경련 회관 그랜드볼룸에서 4회 행사가 열렸다. 팬데믹으로 인해 2020~21년엔 열리지 못해 올해가 4회째다. 행사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신나는센터 사무실에서 둘을 만났다.

이 행사는 주한 외교사절 사이에선 유명하다. 지난해엔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직접 참여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포함해, 모든 혐오는 실패해야 한다"는 연설을 해서 박수를 받았다. 올해는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가 참석해 응원의 뜻을 표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에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 확산을 위해 매년 참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역시 코카콜라부터 골드만삭스까지 다양한 곳에서 참여하고 있다.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결혼식 초대장. 출처 김조광수 대표 소셜미디어

김조광수 이사장과 김승환 대표는 2013년 국내에서 첫 공개 결혼식을 올린 부부다. 결혼식을 올린 곳은 청계천 광통교였는데, 사연이 있다. 성소수자 공개 결혼식에 반대하는 이들의 과격 집회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 등을 우려해 구청 등이 난색을 표했는데, 광통교가 해결책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종로구와 중구 행정구역의 경계선에 위치해서 양 구청 모두의 관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결혼 11년째인 지금도 을지로 사무실에서 광통교까지 저녁 산책을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갈라 형태로 행사를 치르는 이유는.
A : 김조광수="성소수자 권익을 위해 애쓰는 분들을 위한 시상식도 올리고, 성소수자였던 예술인들의 작품을 향유하는 아름다운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도 즐기고 애프터 파티도 성대하게 치르며, 성소수자뿐 아니라 누구나 행복하게 즐기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A : 김승환="성소수자와 관련한 여러 이슈들에 대해 학술적으로 탐구하는 포럼에도 정성을 들였다. 올해는 에이즈(AIDS)라고 흔히 부르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한 인식 정립을 위해 대한에이즈학회에서 의학박사 네분이 참석해 예방에 대한 지혜를 나눌 예정이다."

성소수자 권익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신나는센터의 김조광수(왼쪽) 이사장과 김승환 대표. 김종호 기자


Q :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데.
A : 김승환="처음엔 행사 취지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젠 우리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를 위한 메시지가 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행사는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자유롭다. 사실 인권엔 정치적 좌파 우파가 없지 않나."
A : 김조광수="많은 분이 이제 참석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해온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결국 '가고 싶은 행사' '즐거운 모임'이다. 공연 연주자분들도, 글로벌 기업이나 주한 대사관 등에서 따스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 반대 목소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A : 김조광수="맞다. 사실 극렬한 반대를 하시는 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반대가) 거의 끝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가 극에 달했던 때가 지나가면 사회 전체적으로 포용 분위기가 형성됐다."
A : 김승환="같은 생각이다.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결국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포용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2013년 결혼식을 올린 광통교에서 포즈를 취한 김승환(왼쪽), 김조광수 부부. 김종호 기자



Q : 2013년 공개 결혼식이 마중물이 된 셈인데.
A : 김승환="공개 결혼식 한다고 하니 반대하시는 분들의 댓글 테러가 엄청났는데, 오히려 그 덕에 저희가 더 단단히 결집한 것 같다. 우리 결혼식이 사회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즐거운 파티같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A : 김조광수="처음엔 그냥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행사인 결혼식을 못 올리다니, 억울하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식을 치러보니, 많은 분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공감에 힘을 얻었다."

프라이드 갈라엔 롤모델이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에서 열리는 'MET 갈라'다. 매년 5월 MET에서 패션지 보그(Vogue)와 MET 인스티튜트 주최로 열리는 패션 퍼레이드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세계 셀럽들이 자태를 뽐내는 사진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배우 송혜교, 블랙핑크 제니 등도 참석했다.

올해 MET 갈라에 참석한 니콜 키드먼, 지지 하디드, 데미 무어(왼쪽부터). AP=연합뉴스

김승환 대표는 "MET 갈라의 아이디어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냈다"며 "테일러는 자기의 성소수자 친구들이 핍박받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고, 그들이 빛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어 MET 갈라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이사장은 "우리 프라이드 갈라는 여기에다 학술적 포럼이라는 의미도 부여했다"며 "결국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포용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