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관음증 변태 연기 도전한 변요한 “보잘것 없는 몸뚱이 던졌죠”

영화 '그녀가 죽었다' 주연 배우 변요한을 지난 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콘텐츠지오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관종’과 훔쳐보길 욕망하는 ‘관음증’이 만났다.
배우 변요한(38)의 주연 영화 ‘그녀가 죽었다’(15일 개봉)는 고객이 맡긴 열쇠로 남의 집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보는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심을 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실종 사건에 휘말리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현재 ‘범죄도시4’에 이어 한국영화 흥행 2위다.
살인 누명을 쓴 구정태가 진실을 밝히는 추적극 형태지만, 직업 윤리를 어겨온 구정태도, 거짓말을 일삼는 한소라도 관객이 응원하긴 어렵다. 상영시간 102분이 정신적 차력쇼에 가까운 광인과 변태의 대결 구도로 전개된다.
이 영화로 연출 데뷔한 김세휘 감독은 “지금 사회에 없어선 안 될 도구가 된 SNS”를 통해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관종과 관음의 데칼코마니 같은 관계”에 주목하며 각본까지 직접 썼다.
저런 공인중개사가 실제 있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구정태는 정작 “나쁜 짓은 절대 안 한다.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다. 공짜 집수리까지 해준다”며 자기 합리화를 거듭한다. 관심을 두던 한소라가 고객으로 찾아오자 미소 짓는 그의 속마음은 이렇다. “저는 제 직업이 너무 좋습니다.”

"'들개' '소셜포비아' 초심 떠올랐죠"
김세휘 감독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신혜선)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사진 콘텐츠지오
혼자 사는 구정태는 집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개미 사육장을 신이 된 듯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타인의 삶도 개미처럼 들여다보려는 관음증 욕망을 스스로 미화한다. 마치 자기 최면을 거는 듯한 그의 내레이션이 영화 내내 구정태의 불법 행각과 엇박자를 이루며 쓴웃음을 자아낸다.
변요한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삼식이 삼촌’의 1960년대 엘리트 김산을 비롯해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 영화 ‘자산어보’(2021) 등 최근 진중한 역할을 주로 해왔다. 특유의 묵직한 연기 톤이 이 영화에선 구정태의 어리석은 자기 확신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개봉 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자산어보’ 때 프로듀서가 ‘그녀가 죽었다’ 제작자(엔진필름 김성철 대표)”라며 “제가 재밌어 할 만한 시나리오라며 보여주셨는데, 읽어보니 제 데뷔 초 독립영화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독립영화 ‘들개’(2014)에서 사제폭탄을 만드는 취업준비생, ‘소셜포비아’(2015)에선 인터넷 악플 사망 사건에 휘말린 경찰지망생 등 경계에 선 인물에 도전하는 걸 즐겼다. ‘그녀가 죽었다’에선 매 장면의 균형감이 더욱 중요했다.

"너무 비호감 피하려 엇박자 내레이션 심혈"
변요한은 "범죄를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연기하려면 캐릭터에 대한 끝없는 이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진 콘텐츠지오
변요한은 “범죄 행각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연기하려면 편협한 시선이 없어야 했다”면서 “집중력을 조금이라도 놓아버리면 아예 변태 X아이가 되거나 내레이션이 너무 부각되면 좋은 사람으로 미화될 수 있어 대본을 세밀하게 해석했다”고 했다.
또 “영화가 너무 비호감‧불쾌한 느낌으로 기울지 않게 엇박자 내레이션, 블랙코미디적인 부분에 신경 썼다”면서 “장면의 다양한 리듬감을 위해 내레이션이 깔릴 것을 염두에 두고 연기 타이밍을 맞추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대본을 한소라 중심으로도 읽어봤다는 변요한에게 한소라가 “세상을 자기한테 맞추려 하는 사람”이라면 구정태는 “세상에 나를 맞추려는 사람, 상대를 알고 있다는 우월감과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구정태는 한소라를 지켜보면서도 한소라의 진짜 정체를 눈치 못 채죠. 모르면서 다 안다는 듯 웃고 있어요. 그런 오해도 김세휘 감독님이 표현한 것 같아요. 항상 누군가를 훔쳐보던 구정태가 엔딩에선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을 통해 벌 받는 듯 하잖아요. 그런 다양한 시선에서 오는 재미가 있었죠.”

"'삼식이 삼촌' 감독님한테 새벽에도 전화했죠"
디즈니+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서 변요한(왼쪽부터)은 1960년대 엘리트 공무원 김산 역을 맡아 배우 송강호와 호흡 맞췄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하루’(2017)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상대역 신혜선에 대해 “평소 여린 친구인데, 한소라라는 인물을 자기 안에 던져서 표현해내는 에너지를 보고 감탄했다. 저 역시 육체적‧감정적으로 자신을 굴리면서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공개 시기가 겹친 ‘삼식이 삼촌’에선 배우 송강호와 연기 대결을 펼친다. “베테랑을 많이 봐야 베테랑이 된다”는 게 변요한의 지론이다. “오래 연기한 선배들과 작품을 하다 보면 대단하다고 느낀다. 배우는 계속 자신이 벗겨지는 작업인데, 제가 어디까지 헐벗을 수 있을지 선배들을 보며 가늠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가둬지지 않은 자유로움 안에서 계속 단련하고 모르는 건 감독님들한테 계속 물어본다. 새벽에도 전화한다. 작품에 집중해서 수학적으로 해석이 끝나면 현장에선 저를 다 던진다. 그러면 좋은 시너지가 생긴다”고 했다.
“곧 40대인데 요즘 연기가 더 재밌거든요. 저보다 더 큰 캐릭터, 큰 세상을 다뤄야 하는 게 버거울 때도 있지만, 집중하는 법, 사랑하는 법도 이제야 좀 알겠고요. 보잘 것 없는 몸뚱이를 던져 영혼을 갈아 넣고 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습니다.”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