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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앞에 장사 없다…삼성·신세계 등 재계 '수시 인사' 확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 수시 인사 체제가 확산하고 있다. 예정에 없던 조직 개편으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인사 전문가들은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라야 갑작스러운 수시 인사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DS) 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며 반도체 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에 충격을 줬다. 재계에선 이재용 회장이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DS부문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조직 쇄신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데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2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기 인사가 있을 연말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지금 기업이 어려워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그룹과 CJ그룹도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인적 쇄신에 나선 바 있다. 정용진 회장의 승진 이후 임원진 수시 인사를 예고한 신세계그룹은 재무 악화에 빠진 신세계건설 정두영 대표를 경질하고, 재무통으로 알려진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새 수장으로 앉혔다. 영업본부장과 영업 담당도 교체했다. 이례적으로 해를 넘겨 올해 2월 소폭의 정기인사를 마친 CJ그룹은 이후 CJ ENM·CJ프레시웨이 등 계열사 대표 자리에 잇따라 변화를 줬다.
김주원 기자
현대차그룹에서는 지난해 말 김용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선임 6개월 만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후 미래 모빌리티 개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 초 송창현 사장을 수장으로 첨단차플랫폼(AVP) 본부를 신설했다.

재계는 이같은 기업들의 수시 인사 배경에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경영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정기 인사가 바람직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국제 정세와 혁신 기술 패러다임 변화로 경쟁사들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는 충격 요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수시 인사가 미래 준비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단순 문책성이라면 삼성 반도체 실적이 가장 안 좋을 때 바로 내쳤어야 할텐데 그건 아니었다”라며 “반등을 앞둔 시점에 새로운 시각으로 ‘엑셀’을 밟을 수 있는 새로운 인사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필 전 CJ프레시웨이 대표 역시 최근의 부진한 1분기 실적이 교체 이유로 꼽혔지만,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 도입을 가속화해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그룹 전략을 담당한 이건일 대표를 배치했다는 시각도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방점” 견해도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 등은 일찌감치 수시 인사를 택했다. 달라지는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업부마다 현안이 다른데 연말에 한꺼번에 인사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당분간 수시 인사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근 부회장은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도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인사철이 아닐 때라도 CEO를 교체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수시 인사가 조직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사업적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명분이 약한 최고경영진의 교체는 대내외 소통과 메시지 전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지금 ‘왜’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구성원과 고객이 대체로 수긍 가능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업적 판단 아래, 혹은 오너의 경영 철학에 기반해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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