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원 가처분 결정 이후 의·정 갈등 갈림길
지난 2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의·정(醫·政) 갈등’이 시작됐다. 전공의의 비중이 높은 병원들은 평상시 진료 능력이 많이 감소한 상태로 재정적 압박에 놓여 있다. 이들 병원에서 환자들이 평소와 같은 진료를 받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조차 못 하고 있다.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의료계의 반발은 더 커질 수 있으며, 이후에는 다양한 의료계 당사자들이 각각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상당수 전공의는 사직하거나 해외 진출 및 군 입대를 모색하겠지만, 나머지 전공의는 복귀할 것이다. 일부 의대생들과 일부 의대 교수들은 휴학과 사직을 강행할 것이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형 병원들은 대체 인력을 보강하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시도해 떨어진 진료 능력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한두 달 뒤에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진료 능력을 회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병원 중 일부는 지난 2월부터 발생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존립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향성은 옳다. 향후 10년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라 현재의 의사 수 부족 여부와 관계없이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를 놓고 의구심과 혼란을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둘째, 향후 20년 뒤에는 의대 증원이 없더라도 의사 인력 과잉 현상이 예상된다. 2048년부터 의료 수요가 감소해 의사는 20년 뒤부터 부족에서 과잉으로 전환되고, 2070년에는 9만여명의 의사가 남아돌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는 의대 증원을 해야 하지만, 증원은 20년 뒤에 발생할 의대 감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의사가 과잉되면 경상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국민 부담이 증가한다. 저출산으로 젊은이들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할 젊은이들이 의료계로 지나치게 많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대 증원 같은 혼란을 줄이고 급변하는 인구 구조에 대처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위원회’를 설치해 의대 정원 여부를 꾸준히 탄력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의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40개 의대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의대 정원 조정에 반영해야 한다. 일부 정원을 의학 교육의 질이 좋은 의대에 재배분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지방 의료와 필수의료 대책은 현시점의 문제에 대한 단기 정책이다. 의대 증원은 10년 후를 바라보는 장기 정책이다. 의료 및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의료 혁신을 위해 중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기 정책의 핵심은 ‘지역사회 기반의 사람 중심 통합보건복지’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은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세우고 제대로 추진해야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2026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규모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료계와 정부는 대화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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