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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모서리를 접는 마음] 산책 그대로의 산책

윤고은 소설가
지인에게서 포춘쿠키 여섯 개를 선물로 받았다. 두 개의 뿔처럼 솟은 쿠키의 양 끝을 잡고 ‘팟’ 소리가 나도록 당긴 후 그 안에 들어있는 한 줄의 문장을 줍는 재미. 여섯 개의 문장 중에 너무 뻔한 것은 기억에서 금세 휘발되어버렸고, 잔소리 같은 것은 내 것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쿠키 반죽 안에 무작위로 들어갔을 종잇조각, 그중에 진짜 내 것처럼 다가온 건 바로 이 문장이었다. ‘평소 선택하지 않았을 것을 선택해 보라. 엄청난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김지윤 기자
그런데 평소답지 않은 선택을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늘 마시던 따뜻한 드립 커피 말고 다른 걸 시도할 기회를 알기도 전에 놓쳐버렸고, 다른 말을 해야지 생각하기도 전에 익숙한 말을 뱉어버렸다. 계단으로 가려 했다는 걸 이미 엘리베이터에 탄 후에야 떠올렸고, 일부러 왼쪽 어깨에 올려둔 가방은 어느샌가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가 있었다. 많은 것이 선택의 기로를 의식할 틈도 없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인 듯 흘러갔다. 그 자동화 속에서 골라낸 게 ‘산책’이었다. 내게 있어서 그간의 산책이란 어딘가로 이동하는 길에 겸사겸사 갖추는 태도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라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인데, 어떤 살뜰한 사람들은 오직 산책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가방도 지갑도 없는 산책이 그렇게 시작됐다. 상의 주머니에 넣어둔 양말 한 켤레가 그 가벼운 산책의 유일한 동행이었다. 지갑도 두고 나왔는데 웬 양말이냐고? 산책 끝에 운동까지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은근슬쩍 챙긴 필라테스용 양말이었다. 결국 1+1의 습관을 못 버린 셈이다. 그래도 가방 없는 산책은 내게 드문 일이니까 더 신나게 걸으면 그만이다. 행운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다면, 그건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계산법으로만 가능할 거란 생각이 산책 내내 번져나갔다.

윤고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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