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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 상태 '북·일 정상회담'…日매체 "비관론 확산" 진단한 까닭

일본에서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22일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을 둘러싼 정세 변화 등으로 실현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은 이날 북·일 정상회담 20주년을 맞아 ‘답보 상태’인 북한과 일본 간 협상을 다뤘다. 지난 2004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지 20년이 흘렀지만, 양국 정상회담은 가시권에 들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1일 납북 피해자 귀국 요구 집회에 참석해 “정상끼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위급 협의까지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왼쪽)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북일평양선언에 서명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만 해도 총리실 안팎에선 ‘기대감’이 높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과 일본 측이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비밀 접촉하면서 ‘실현’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파견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지만, 대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교착상태였던 대화에 이외의 신호를 준 건 북한이었다. 올 1월 노토(能登)반도에 규모 7.6 강진이 발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로 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전문에서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칭했는데,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은 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 메시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발언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3월 잇따라 담화를 내놓으면서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핵무기 개발과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요구를 내놓은 데 이어(3월 25일) 이틀 만에 “일본 측과 어떤 접촉도 하지 않겠다”고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3일 브라질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납치문제 북한-일본 서로 다른 셈법
북일 교섭에 정통한 외교관계자 사이에선 당초부터 기시다 총리가 안이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북일 교섭 기본은 북한이 '납치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게 안 되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4년 이후 북일 협의가 진전을 보인 건 2008년과 2014년의 일로, 북한은 당시 납치문제 재조사에 응한 바 있다.

일본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사 결과를 북한으로부터 얻는 게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이뤄진 협의에선 북한이 새롭게 납치피해자 2명의 생존 정보를 제시했지만, 당시 일본은 “다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없다”며 북한 보고서를 거부했다. 대표적인 납치 피해자인 메구미 씨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는 한 북일 관계 진전은 없다는 의미였다.

가까워지는 ‘북·중·러’ 그리고 일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인민군 중요화력타격임무를 담당하고있는 미사일연합부대들에 새로 장비시키게 될 전술미사일무기체계를 료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대화가 중단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국제 정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보다 가까워졌고, 북한과 중국도 한층 밀접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올 초 기시다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지만, 닛케이는 북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관심이 고이즈미 총리 시절과는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이란과 이크라와 묶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부르며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20년 전보다 북한 입장에선 일본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력 저하가 납치문제 진전을 막는 요소가 됐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3종 세트’로 부르는 납치 문제와 핵, 미사일 동시해결은 북한이 군사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거리를 좁히면서 '비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어 ‘경제지원’ 등을 납치문제 해결 '재료'로 쓰는 것이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북·일 정상회담, 일본 한국과 사전 협의해야”
북·일 정상회담은 한국 입장에서도 관심사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북일 교섭을 한국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장은 “내가 알기로는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제3국에서 여러 차례 만나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북일 교섭관계를 투명하게 하거나 (한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이사장은 “미국은 북핵에 우선 관심을 두는 반면 일본은 납치문제를 우선순위로 두는 등 이해관계가 달라 북·일 국교정상화까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일 교섭에 대해 “개선된 현재 한일 관계 등을 비춰보면 북일 교섭에 대해 일본이 한국과 당연히 협의할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 관심사를 일본이 참작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예.오누키 도모코(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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