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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위기" 다음날 "학살 아니다"…바이든의 아슬아슬 줄타기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Jewish American Heritage Month) 축하 행사가 열린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이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과 유대인 공동체 전체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리더십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여러분, 바이든 대통령을 환영해 주십시오.”


20일(현지시간)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Jewish American Heritage Month) 행사가 열린 미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 유대계 미국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부군 더글러스 엠호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소개하자 로즈가든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이 박수와 환호로 바이든을 맞이했다.

사전 초대장을 받고 행사에 참석한 이들 유대계 미국인들은 흥겨운 전통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백악관이 마련한 칵테일과 음식을 즐겼다. 유대인 전통 모자 ‘키파’를 쓴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인사하고 삼삼오오 모여 근황 얘기를 나눴다. 로즈가든에 나타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에게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유대인 행사서 “가자지구 대량 학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10분 간 이어진 축하 연설 곳곳에서 유대인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해 10월 7일을 언급하면서 “그날의 트라우마와 여파는 많은 분들에게 생생하고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대인의 안전과 이스라엘의 안보, 독립된 유대 국가로서 존재할 권리에 대한 저의 약속은 철통 같다. 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그 모든 적들로부터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Jewish American Heritage Month) 축하 행사에 참석한 유대인들이 가든파티를 즐기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하마스 지도부 3명와 함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자 2명에 대해 전쟁 범죄에 책임있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는 어떤 등식도 성립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특히 바이든은 “분명히 말씀드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집단 학살(genocide)이 아니다”고 해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유대계 미국인 신디 그린버그는 중앙일보와 만나 “바이든이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와 함께 반유대주의의 심각성을 제대로 짚어줘서 감사했다”며 “그를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날 흑인대학선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가자 지구 사태가 ‘집단 학살’이 아니라는 바이든의 발언은, 바로 전날 그가 흑인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축사와는 차이가 있다. 바이든은 전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모어하우스대 졸업식 축사에서 미 대학가의 반전 시위에 대해 언급한 뒤 “가자 지구는 인도주의적 위기다. 그래서 저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더 많은 가자지구 원조와 재건을 위해 밤낮없이 협상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흑인 대학에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지원’을, 유대인 행사에선 ‘유대인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을 부각하려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모어하우스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모어하우스대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다닌 학교로 미국의 유서 깊은 흑인 명문대학 중 하나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공립학교 인종 분리 정책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 7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다양성ㆍ평등ㆍ포용성’을 역설했다. 이같은 바이든의 최근 행보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으나 최근 대(對)중동 정책에 실망해 등 돌린 청년ㆍ유색인종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일련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을 타는 듯한 바이든의 행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대인의 표심도, 청년ㆍ유색인종의 표심도 모두 놓을 수 없는 고민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마리 토끼 잡기 성과는 미지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원하는 바이든의 바람이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일 모어하우스대 졸업식 축사에서 일부 학생들은 의자를 거꾸로 돌려 앉는 방식으로 바이든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대학 주변에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인종 학살을 멈추라”고 적힌 피켓을 들며 휴전 촉구 집회를 열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모어하우스대학 졸업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동안 일부 졸업생들이 바이든 행정부 중동 정책에 대한 반감을 표하는 의미에서 등을 돌린 채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지상전 확대를 막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설득 작업도 약발이 안 먹히는 분위기다. 20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면담 뒤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려를 받아들여 라파에서 하마스를 격퇴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갈란트 장관은 확전 의사를 거듭 밝혔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중동전의 수렁이 깊어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바이든의 딜레마를 대선 경쟁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고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등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장기화되고 있는 하마스 전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이 대선 전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사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인권에 대한 공감대가 최근 미국 내 확대되는 흐름이지만 미국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한 만큼 바이든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구(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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