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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 논란…정부 "고위험군만 대상" 해명

지난해 10월 열린 '어르신 교통사고 ZERO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어르신 운전중' 문구를 차량에 부착하는 모습. 뉴스1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나이가 많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을 검토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설익은 방안을 발표해 혼란을 빚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행정안전부·교육부·경찰청 등 정부가 합동으로 내놓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 자료엔 고령 운전자의 운전자격을 관리하는 안이 포함됐다.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해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연구개발(R&D) 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면허 자진반납을 계속해서 추진하다는 내용이다. 자료엔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돼있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거나 속도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면허를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의 노인 운전 제한 검토는 현재 노인복지법 등 국내 고령자 기준이 65세 이상인 상황에서 파장이 컸다. 통계청의 올해 65세 이상 추계 인구(993만8235명, 전체 19.2%)가 모두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경찰청·국토부는 하루 만에 자료 내용에 오해가 있다며 추가로 설명자료를 냈다.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해 나이와 관계없이 신체·인지 능력 저하로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올해 말까지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 등에 관한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될 예정으로,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서울대와 컨소시엄 형태로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별로 조건을 부여할 기준을 세우고 조건에 따라 운전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등이 주요 연구과제다. 연구 비용은 총 36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정부가 합동으로 내놓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 발표 모습. 연합뉴스

조건부 면허제 도입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필요한 대책 중 하나로 꼽혀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에 달해 1년 전(17.6%)보다 2%포인트(p)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고령자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각에선 충분한 여론 수렴 뒤에 신중히 결정돼야 할 정부 대책이 오히려 혼선을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 규제와 관련해 자신을 겨냥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며 이 사안을 언급했다. 한 전 위원장은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오늘 보도에 나온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검토 중인 대책을 두고 부처 간 이해도가 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선미(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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