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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당신은 내 집입니다

당신은 내 집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지어진  
당신은 내 집입니다
누군가 불러주지 않아도
걷다 보면 머물러지는 곳


봄의 향기가 떠나지 않고
오월의 초록이 가득 담긴
당신은 내 집입니다
다시 불러봅니다
마지막 날처럼
안타깝고 경이로운 시간
당신은 여전히 내 집이어서
눈을 감으면 더 가까이  
선명한 핏줄같이 만져지는
사랑스러운 내 집이어서
마음에 담기로 합니다
원뿔 같은 모난 세상
모난 뿔로 피어나기 싫어
몸 아래로 아래로 꽃 피우는
비밀의 정원, 나의 쿼렌시아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랑해 주는 당신은
같은 곳, 같은 시선으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내 집입니다
[신호철]

[신호철]

 
 
한낮, 찌는듯한 더위에 몸을 잠시 피했다. 창가에서 바라보니 테크 주변에 나무가 만들어 놓은 두 평 남짓 그늘이 보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어나 데크로 나가 의자를 그늘 밑으로 옮겼다. 작은 테이블을 옮기고 나니 유리컵에 들꽃이라도 담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손을 뻗어 수수꽃다리 탐스러운 꽃송이를 가졌는데 그 향기가 바람에 실려 산들 내 앞으로 불어왔다. 더위는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그늘 위에는 쉼과 새소리와 함께 수수꽃다리 향기가 온몸에 가득했다.  
 
집이란 장소에 대해서 또 이 집에 살고 있는 자신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가? 늘 궁금했다. 집이란 의미가 그냥 사람이 거주 하는 생활 공간 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쩌면 집이란 의미는, 나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편안하게 지켜 주는 것 이외의 것들을 잊거나 생각조차 안 하고 살아갈 때가 많았다. 당연히 그러려니. 맞아 그게 다야. 그 이외에 다른 건 없지. 더 바라면 욕심이지. 주변을 둘러봐도 다 그렇게 살고 있어. 잘 길든 애완견처럼 때로 사랑도 받고, treat도 받아먹으면서.   
 
집은 그런 게 아니었다. 바로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두 평 남짓 그늘 밑 같은, 그저 햇빛을 막아준 그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해지는, 따져보면 가진 것도 없는데 한없이 누리는 알 수 없는 포만감. 그런 사소한 관심과 작은 행복의 연유가 아닐까? 잘 꾸며놓은 집에 갇힐 수도 있겠다 생각되었다. 문득 집은 지친 나를 반가이 맞아 주는 곳. 상처받은 마음을 싸매고 치유해 주는 곳. 마음이 헛헛해 그리운 마음을 열면 꽃처럼 환하게 반겨 주는 곳. 마주 보고 있어도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정다움이 포말처럼 가득해지는 곳. 한없이 피로가 몰려와도 엄마 품 같이 포근하고 따뜻해 이내 잠들 수 있는 곳.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곧은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가슴 설레는 곳이어서. 상처와 아픔의 처진 어깨가 위로 받고 보듬어져 어느새 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어야 한다는, 다름 아닌 그늘 같은 퀘렌시아가 집이 되어야 한다는.
 
마치 투우장의 성난 소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 바로 그것이 진정한 집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루의 피곤이 사라져 버리고 새 날, 새 아침이 기적같이 펼쳐지는 곳이야말로 나의 집, 나의 쿼렌시아, 나의 천국이라 말할 수 있다.
 
늦은 오후, 나무 밑 두 평의 그늘. 넘어가는 햇살에 나의 쿼렌시아는 누워도 될 만큼 더 넓고 쾌적한 면적으로 확장되었다. 긴 하루가 그 축을 당기며 하루의 펼쳐진 휘장을 서서히 닫고 있다. 조용한 침묵을 깨고 오후의 끝자락을 잡아줄 심금의 첼로 선율이 들리는 늦은 오후. 그런 집을 찾습니다. 그런 당신은 나의 집입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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