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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근대의 극복 천착…내가 쓰는건 사회과학책 아닌 소설"

"잃어버린 노동자의 삶 쓰려 했다"…'민담 리얼리즘' 강조 "앞으로 세편 더 쓸건데 다 좋다…번역 중요, 한국 문학 혼자 존재 안해" 인터내셔널 부커 내일 발표…"영국서 다쳤으니 상 타려는 모양"

황석영 "근대의 극복 천착…내가 쓰는건 사회과학책 아닌 소설"
"잃어버린 노동자의 삶 쓰려 했다"…'민담 리얼리즘' 강조
"앞으로 세편 더 쓸건데 다 좋다…번역 중요, 한국 문학 혼자 존재 안해"
인터내셔널 부커 내일 발표…"영국서 다쳤으니 상 타려는 모양"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소설가 황석영(81)은 등단 이후 62년간 근대의 극복에 천착해 왔다면서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소설 '철도원 삼대'(영제 'Mater 2-10')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저녁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대담 행사에서 "황석영이 62년 동안 뭘 썼느냐 한마디로 얘기하면 근대의 극복과 수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철도원 삼대'는 이백만과 이일철·이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의 역사를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이자 이백만의 증손인 이진오를 통해 들려준다.


황 작가는 "전 세계가 근대를 거쳐 우여곡절을 겪으며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럴 때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며 어떻게 출발했는지 살펴보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진오는 현재의 우리 시간대에서 과거를 연결해주는 인물"이라며 "이 소설은 한국의 산업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다. 근대를 완성한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근현대 역사를 관통하는 소설의 큰 뼈대에는 사람 냄새가 듬뿍 묻어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맛깔스럽고 풍성하게 살을 붙인다.
황 작가는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좀 과장됐지만 재미있는 민중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쓰는 것은 사회과학책이 아니라 소설이다. 내가 지금 겪는 현실, 다른 누군가의 현실을 쓰는 것"이라며 이를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강조했다.
황 작가는 앞으로 작품을 더 쓸 계획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600년 된 나무 이야기인 '할매'와 70대 노인이 된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이야기 등이다.
그는 이날도 "점점 (내) 소설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늙었는데 이제 좋아지면 어떻게 하나 큰일이다. 앞으로 세 편 쓸 건데 이 세 편이 다 좋다"고 너스레를 떨어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번역가가 작가와 나란히 후보로 이름을 올린다.
'철도원 삼대'를 번역한 한국계 미국인 김소라(소라 김 러셀) 번역가와 배영재 번역가도 이날 무대에 올라 번역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김 번역가는 먼저 '원문에 충실한 번역 대(對) 번역가의 자유재량'이라는 번역의 고전적인 문제에 대해 "이 텍스트가 나에게 뭘 요구하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농담이 있다면 창의적인 문장을 위해선 직역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고, 작가가 신중히 단어를 고르고 빚어낸 문장이라면 나도 그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번역가는 공동 번역 작업이 그런 점에서 시너지효과가 났다면서 "문장 문장별로 접근하면서 많은 토론을 했다. 서로 고른 표현에 대해서도 털어놓고 얘기하며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 작가도 번역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사상과 문화 등 세상 모든 것은 서로 다른 것들과의 비교와 토론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문학도 마찬가지다. 번역되기 전에 한국 문학만 혼자 있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문학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번역가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며 최근 한국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젊은 번역가들이 늘어난 것을 환영했다.
지난 17일 사우스뱅크센터에서 진행된 부커상 주최 낭독회와 마찬가지로 이날 문화원에서 진행된 대담 행사도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영국 독자 50여 명이 꽉 들어찼다.
참석자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을 던지며 열의를 보였고, '철도원 삼대'뿐 아니라 황 작가의 다른 소설책까지 서너 권을 가져와 사인을 받기도 했다.
황 작가는 이번에 영국에 도착한 직후 숙소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그가 이날 "아마 상을 받으려나 보다. 나쁜 일이 있으면 상을 줘야 하거든"이라고 농담 섞인 말을 던지자 참석자들은 크게 웃으면서 박수를 보냈다.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을 쓴 작가와 번역가에게 수여된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상의 최종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이 상의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철도원 삼대'가 수상한다면 한국 작품으로는 두 번째가 된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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