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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보라색 넥타이' 라이칭더, "대만·민주주의" 목청 높여 외치다

정치역정서 결정적 순간에 착용 '상징성'…취임사 '중화민국 자긍심' 고양 방점 시민들 "5시간 기차 타고 왔다" 환영 속 일부는 "먹고 사는 게 힘들다" 쓴소리

[르포] '보라색 넥타이' 라이칭더, "대만·민주주의" 목청 높여 외치다
정치역정서 결정적 순간에 착용 '상징성'…취임사 '중화민국 자긍심' 고양 방점
시민들 "5시간 기차 타고 왔다" 환영 속 일부는 "먹고 사는 게 힘들다" 쓴소리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바람이 부는 서늘한 날씨 속 중화민국(대만) 제16대 총통·부총통 취임식 행사가 열린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대로.
20일 오전 11시께(한국시간 정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총통부 건물 밖에 마련된 취임식장 무대에 나타났다.
오전 9시부터 막을 올린 취임식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서둘러 취임식장을 찾은 시민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오전 7시께에 도착한 기자도 인파 속에서 취임식을 지켜 봤다.


대형 화면에 비친 라이 총통은 보라색 바탕에 나비 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TVBS 등 현지 매체들은 이 넥타이가 대만 디자이너 저우위잉의 작품으로 보라색은 라이 총통의 '행운의 색깔'이고, 가운데 놓인 대만 토종 점박이 나비는 '앞으로 나아가는 꿈'을, 가슴에 단 유채꽃 장식은 '이타적 헌신 독려'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이 총통이 부총통 시절인 지난해 8월 남미의 유일한 수교국인 파라과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 당시, 지난 1월 총통선거(대선)를 앞두고 샤오메이친 주미 대표를 러닝메이트로 결정할 당시 그리고 대선 후보로 등록할 당시 등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도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오르기 전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은 총통부 건물 내 대예당에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와 '국부' 쑨원(孫文·1866∼1925) 사진 앞에 오른손을 들고 취임 선서를 했다.
이어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부터 '중화민국 국새'와 총통 인장을 넘겨받으면서 4년간의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라이 총리는 취임사를 통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는 대등·존엄한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관광과 학생 부문에서부터라도 대화하고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대만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반도체 등을 활용해 글로벌 무대에서 대만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도 강조했다.
약 30분가량 이어진 취임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민주'는 모두 31회 언급돼 차이잉원 전 총통의 2016년(24회)과 2020년(9회) 연설 때보다 횟수가 늘었다. '대만'도 79회로 2016년(41회)과 2020년(49회) 언급 빈도를 뛰어넘었다.
'민주주의와 대만'을 강조하며 자긍심을 고양한 것이었다. 이에 호응해 취임사 중간중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환호와 박스로 라이칭더 정부 4년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취임 연설이 끝난 뒤에는 무대에서 각양각색 옷을 입은 무용수들과 함께 라이 총통과 메이 부총통도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면서 축제 분위기에서 취임식 대미를 장식했다.

취임식장 안팎에서 만난 대만인들에게서도 '라이칭더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미국에 40년째 살고 있지만 취임식 참석을 위해 부인과 함께 귀국했다는 50대 류모씨는 기자에게 "라이칭더(총통)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대만을 지킬 수 있는 총통"이라면서 "그들(국민당)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을 찍기 위해 지난 1월 총통선거(대선) 당시에도 귀국했었다는 그는 대만이 중국에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악몽이 될 거라면서 "중국 공산당으로 대만을 지키기 위해서 대만과 같은 입장인 한국이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북부 타오위안 지역에 산다는 70대 정모 씨는 "오전 5시 30분부터 공항 전철과 버스 등을 이용해, 약 2시간 걸려 행사장에 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지난 1월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라이 총통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라이 총통이 의사 출신으로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국무총리 격), 부총통을 거쳐 총통 자리에 오른 만큼, 향후 정국 운영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동부 타이둥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장모(40대) 씨도 라이 총통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기차로 5시간 걸려 행사장에 도착했다면서 "대만은 이미 독립했기 때문에 독립선언이 따로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을 마냥 반기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50대 택시 기사 황모씨는 오늘 취임식에 가지 않느냐는 기자 물음에 "외식비와 전기요금 및 월세 등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이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시민인 본인은 휴일이 아닌 평일에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먹고 살기기 팍팍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북부 타이베이 지역보다는 라이 총통이 시장을 지낸 남부 타이난 지역이 축제 분위기가 아니겠느냐며 '뼈있는' 소리도 했다.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30대 천모 씨는 민진당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 중국 양측에서 사업하던 부친 사업이 힘들어졌다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부친이 이미 중국 측 사업을 중국 사업 파트너에게 넘겼다면서 차이잉원 전 총통은 물론 라이 총통이 민생의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jinbi1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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