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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계 부채 총량 관리에 대출 문턱 더 높아진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권 경쟁을 통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기존 정부 정책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억제는 필요하지만, 이전 정부서 시행한 총량 규제 식의 관리는 소비자와 금융권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요 銀, 조달 비용 하락에도 대출 금리 올려
2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과 비교한 지난 3월(최신치)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신규 주택담보대출(분할 상환 상품 기준) 평균 기준금리는 모두 떨어졌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기준금리란 대출 자금의 조달 금리로, 대출 원가에 해당한다. 은행들은 기준금리에 대출 마진인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라 불리는 가감조정금리를 빼서 최종 대출 금리를 정한다.
차준홍 기자

조달 비용은 낮아졌지만, 신규 주담대 평균 대출 금리는 반대로 오른 곳이 많았다. 4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3.88→4.11%)과 우리은행(3.96→4.02%), 인터넷전문은행은 주담대를 취급하는 카카오뱅크(3.7→3.78%)·케이뱅크(3.7→4.04%) 모두가 이 기간 대출 금리를 올렸다.

대출 원가가 저렴해졌음에도 대출 금리가 오히려 올라간 이유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나 가감조정금리를 조정해서다. 이 기간 평균 신규 주담대 대출 금리가 올라간 KB국민은행은 '가감조정금리'를 3.38→2.99%로 크게 낮췄다. 고객들이 우대받을 수 있는 금리 범위를 축소해 실제 대출 금리를 높인 것이다.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는 가산금리는 올리고 가감조정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였다. 별도 가감조정금리가 없는 케이뱅크는 이 기간 가산금리를 올렸다. 결국 은행들이 대출 원가와 상관없이 마진을 높이거나 고객에게 할인해 주는 금리 항목을 축소하면서, 의도적으로 대출 금리를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출 증가율 구체적 숫자로 제시받아”
배경에는 금융당국 규제가 있었다는 게 금융업계의 셜명이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를 겸한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에서 늘리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각 은행이 가계대출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모양새를 띠었지만, 실제론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에 다시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대출 총량 규제는 가계 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했던 것으로 금융사별로 1년 대출 총량을 미리 정해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다만, 이에 부정적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해당 규제는 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은 1년에 1~2%대, 인터넷전문은행은 두 자리 수 정도의 대출 증가율을 구체적 숫자로 비공식적 방법으로 금융당국에 제시받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대환대출도 총량 관리, ‘엇박자’
이런 대출 총량 관리는 은행권 경쟁을 통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기존 정부 정책과 결이 다르다. 금융당국은 최근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도입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갈아타는 대출까지 각 금융사의 대출 증가액으로 계산하면서, 각 금융사가 대환대출 유치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지 않는 대환대출까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액으로 잡아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하면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 적극적으로 대환대출 수요를 유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려면, 당연히 어느 정도 목표 숫자가 있을 수는 있는데, 이를 정부가 금융사에 강제하는 개념도 아니고 우리가 숫자를 제시한다고 금융사들이 따라주는 것도 아니다”면서 “과거 정부에서 했던 대출 총량 규제랑은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규제의 성격을 띠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시기에 이 정도만 대출을 늘리자고 해버리면, 대출 자격이 있으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못 받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비용을 들여 자금을 조달한 은행도 대출 총량을 지키려고 대출을 못 내주면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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