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테무와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오래도록 중국 전자 상거래의 상징과 같았다.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 같은 기업들이 포진한 중국의 빅테크 산업계에서 알리바바는 징동닷컴과 함께 중국 전자 상거래 시장을 사실상 개척하고 주도해왔다. 하지만 요즘 알리바바의 위상은 크게 변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 서비스 테무의 위력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테무를 운영하는 기업 핀둬둬의 시가 총액이 알리바바를 제쳤다.테무가 중국 전자 상거래 기업 시가 총액 1위를 달성하게 된 비결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다.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과 유럽 등에서는 성장하고 있지만, 아마존이 장악한 미국 시장에서는 그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그런 미국 소비자들도 테무는 안다. 싼 가격으로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테무와 쉬인, 두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보내는 소포만 하루 60만 개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다.
결국 핀둬둬의 시총은 중국의 생산자와 세계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테무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대변하는 숫자일 뿐, 테무가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도 매출은 여전히 알리바바에 훨씬 못 미친다. 알리바바는 테무의 장점을 배워 반격을 준비하지만, 테무의 성장을 막는 건 업계 내 경쟁이 아닌, 미국과 EU의 무역 규제일 가능성이 높다. 테무가 이용해온 관세법의 구멍을 막으면 당장 이들 시장에서의 매출은 급감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규제는 테무만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 중인 알리바바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 큰 그림에서 보면 중국이 ‘세계의 생산 공장’을 넘어 유통의 거인이 되려는 것을 다른 나라들이 허락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두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국제 정치적 변화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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