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고 8초 만에 '탕탕탕'…'LA한인 총격 사망' 과잉대응 의혹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40대 한인이 경찰 총격에 숨진 뒤 유족 측과 현지 한인 사회 등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 보름 만인 17일 미국 LA경찰국(LAPD)이 당시 출동 경찰관들이 착용했던 보디캠 촬영 영상을 공개했지만, 유족들은 영상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을 확인했다며 관련자 처벌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이날 LAPD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2일 오전 11시 58분쯤 LA한인타운에 있는 양용(사망 당시 40세)씨의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양씨와 마주했다. “(칼을) 내려놓으라”(Drop it)고 외치던 경찰은 8초 만에 문 앞에서 총을 발사했다. 왼손에 부엌칼을 든 상태로 서너 걸음 앞으로 나오던 양씨는 첫 번째 총격에 곧바로 쓰러진 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 확인 결과 그는 가슴에 2발, 복부에 1발 총상을 입었다. 경찰은 양씨의 몸을 젖혀 옆으로 눕히고 두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뒤 부상 상태를 확인했다. 양씨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양씨는 한국 국적으로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LA에서 살아왔다. 사건 당일 양씨 가족은 조울증 등을 앓아온 양씨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에 치료시설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집을 찾아온 DMH 직원은 양씨가 시설 이송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렀다. 경찰관들은 양씨가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자 강제로 진입했다.
앞서 유족 측은 지난 9일 미 검찰에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기소를 요청했다. 유족 측 변호사 로버트 시언은 “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방검찰청과 연방검찰청의 전면적인 수사”라며 “LA 카운티 지방검사장에게 해당 경찰관들을 기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경찰이 총격 직후 구급대를 부르지 않았고, 1시간 넘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현장 접근을 허용했을 때는 이미 현장을 깨끗하게 치운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경찰이 진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한인 사회도 동요하고 있다. LA 한인회는 성명을 통해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는데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이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총격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한 일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여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LAPD 측에 사건 관련 모든 과정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김영완 LA 총영사는 지난 9일 미주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외국민 보호 차원에서 (정부는)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LAPD 측에 한 점 의혹이 없는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고 유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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