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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연달아 때린 의협 회장에…서울고법 “사법 독립 침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

의대 증원 집행정지 사건을 기각한 재판장을 향해 “대법관 자리를 회유 받은 것 같다”는 취지로 연이어 비방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서울고등법원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언사”라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첫 항고심 결정이 나온 사건 외에도 서울고법에 의대 정원 관련 집행정지 사건이 7건이 계류 중인 가운데 법관에 대한 공격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법원장 윤준)은 20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임 회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덧붙였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6일 의대증원처분 집행정지 사건이 기각,각하된 뒤 17일과 20일 연이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부를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 뉴스1

임현택 의사협회장은 지난 16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첫 항고가 기각·각하된 이튿날인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재판장인 구모 부장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제도가 바뀌어 법원장 승진 등 길이 막히자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님들 집단 지성으로도 ‘이 분이 어느 정도 본인의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고 재판장이 개인적 이익을 이유로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로 비방했다.



임 회장은 2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오후 5시 30분에 결정을 발표한 것은 뭔가 비정상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 “어디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재판부가 압박을 받을 만한 곳으로부터 상당히 여러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대법관 자리 회유는 재판장이 모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데 근거가 있냐’고 물었으나 임 회장은 거꾸로 “부장판사님이 아니라는 근거를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임 회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인사 원리만 따져보면 구 부장판사는 고등법원의 장이 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임 회장이 “대개는 오전 10시에 발표하든지 오후 2시경에 발표한다”고 한 부분도 근거가 없다. 법정 개정 시간이 통상 오전 10시, 오후 2시이며 판결 선고를 개정 시간에 먼저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이나 민사 가처분 사건은 따로 결정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일과 중 언제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결정을 내는 경우가 많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사건 당사자로서 억울한 면을 얘기할 수는 있으나 개별 법관을 향해 근거 없이 과도한 주장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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