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공의 "정부 석달 소통 없어 갈등…환자와 더 소통할 것"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왼쪽)와 박재일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0f3fcfd0-74b7-4350-a65e-e2fb294fb221.jpg)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 공동대표(신경외과 4년 차)는 지난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진정성 있는 자세를 빨리 보여주면 의료계도 발맞춰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지 19일로 석 달째를 맞았다. 그간 이들의 대응 전략은 침묵을 유지하는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음) 모드’로 요약된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은 “정부와 소통하고 싶다”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들은 “국민 입장을 헤아렸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38명으로, ‘빅5’ 병원 중 숫자가 가장 많다. 다음은 우 공동대표, 박재일 공동대표(내과 3년 차)와 일문일답.
“석 달 돌아보니 국민 생각했어야”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2c052ae9-21d0-449e-ac95-c3610498cf36.jpg)
Q : ‘전공의 사태’가 3개월이 됐다. 어찌 지냈나.
A : 우: 마음 편한 날은 사실 없었다. 전공의 때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막연하게 생각하던 의료 현장의 문제를 공부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동료들과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Q : 고민의 결과가 있나.
A : 박: 의료 현장은 병원 안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문제가 적지 않다. 전공의는 수련생·노동자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라는 정체성이 있다. 젊은 의료 전문가로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의료 정책에 대해) 좀 더 제언하고자 한다.
Q : 의료정책을 정부가 의사와 상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 박: 의료는 전 국민이 연관된 문제다. 치료 때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지하듯 의료정책 또한 의사가 더 잘 판단할 부분이 있다. 국민을 위해 전문가로서 강한 제언을 하겠다는 취지다.
Q : 지난 석 달간 정부도 의료계도 반성할 게 없을까.
A : 우: 국민 입장을 헤아리면서 나아가야 했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날 선 발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지 않나.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면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 대표는 “사태 시작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라면서도 “정부든 의료계든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해야 한다. 정부와 충실하게 논의하는 방향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ac1ebb4d-feca-41e8-b5cf-254068ab4308.jpg)
Q : 정부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의 결정을 어떻게 보나.
A : 박: 의대 증원의 객관적인 근거 제출을 요구해 국민 알 권리를 생각한 판사님께 감사하다. 의료계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투명성 등을 우려하는 것인데, 재판 과정에서 의대 증원의 근거가 없음이 더욱 명확해졌다.
Q : 의대 증원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것인가.
A : 우: 정책이 만들어질 때는 문제 인식부터 해결책 도출까지 모든 부분이 투명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말을 여러 번 바꿨고, (정원 배정을 담당한)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 상당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국민이 알아야 하지 않나.
Q : 의정 갈등 장기화의 원인이 정부라는 뜻인가.
A : 박: 정부는 (‘원점 재검토’라는) 의료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만 한다. 소통 측면에서 나아지는 게 없으니 장기화로 이어졌다.
Q : 그렇다고 사직이 최선이었나.
A : 우: 사직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전공의가 기피 과를 지원하지 않는 건 개인 결정이지만 들여다보면 체계에 문제점이 있지 않나. 그런 이치다. 전공의들은 긍지와 자부심이 깨져 남은 수련 기간을 포기한 것이다.
Q : 이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였을까.
A : 우: 당연히 국민이다. 모든 국민은 현재 환자거나 이전에 환자였거나 미래에 필연적으로 환자가 된다. 의사도 사태 해결을 위해 심포지엄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에게 있다.
Q : 지난 4월 30일 서울대 의대·병원 긴급 심포지엄에서 ‘전공의가 전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A : 박: 지난 석 달간 정부는 의사를 문제 해결을 위한 동료로 보는 게 아니라 정책 추진을 막는 장애물로 규정했다. 코로나19 등 국가 보건 위기 때마다 자긍심으로 일해왔던 의료인에게 상처가 됐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오지 않았나. 의사를 적으로 보지 말고 대화 주체로 봐달라.
박 대표는 “전공의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데 독단으로 처리하지 말고, 전문가 집단과의 치열한 토론을 피하지 말아달라”며 “힘든 순간일수록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혜선(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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