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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태열 방중에 "청탁·구걸 외교" 경계…정부 "일고의 가치도 없어"

북한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14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할을 당부한 것을 "청탁과 구걸외교"라고 폄훼(貶毁)했다. 4년여만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개를 계기로 한·중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며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자 구차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3일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시스
북한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박명호 외무성 중국 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우리 국가의 존위와 위상에 먹칠을 해보려고 불손하게 놀아댄 데 대해 그저 스쳐지날 수 없다"며 "미국 주도의 반중국 군사동맹권에 솔선 두발을 잠그고 나선 하수인의 신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에 찾아가 그 무슨 '건설적인 역할'에 대해 운운한 것은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조태열 장관이 지난 1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며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시에 한·중 관계도 잘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라는 전쟁마부가 미친듯이 몰아대는 '신냉전' 마차에 사지가 꽁꽁 묶여있는 처지에 과연 수족을 스스로 풀고 뛰어내릴 용기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러면서 "한국 외교관들이 20세기 케케묵은 정객들의 외교방식인 청탁과 구걸외교로 아무리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선반도 정세악화의 근원과 병집은 다름 아닌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대한민국에게 있다"며 "한국이 아무리 흑백을 전도하며 잔머리를 굴리고 말 재간을 피워 피해자 흉내를 낸다고 하여 이제 더는 그에 얼려넘어갈 사람이 없으며 조한관계는 되돌려 세울 수 없게 되여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일 외교부 부대변인. 연합뉴스
이는 한반도 정세가 격화된 책임을 한·미의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한·중 양국의 관계 개선 시도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한국의 관계 개선 노력에 호응하는 기류가 감지되자 북·중 관계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중국 측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에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명호 부상은 지난해 12월 방중 때 직접 왕이 위원을 만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조태열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관계 재개를 모색하려는 한국 정부의 대중접근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며 "중국이 한국의 논리에 호도되지 않도록 중국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이주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계속 중국 측과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남북관계를 지칭해 사용하던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 당국이 통일·민족 관련 개념 폐기에 몰두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영교.박현주(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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