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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원의 마음상담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나요?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어른들과 미디어들로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이런 지침을 전적으로 진실이라 믿었으나, 이 말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던 것은 임상심리학자로서 환자와 내담자들을 보면서였습니다.

‘선생님, 제가 산다는 것이 그렇게나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왜 태어났을까요? 선생님, 저를 보세요. 제 지금의 상황을 보세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사람일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제 인생을 리셋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론에 이른 거예요.’

삶의 가치, 쓸모에 있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하루하루 책임감있게 살면 돼

일러스트=김회룡
삶의 가치를 추구하라는 말들에 눌려 자기 삶에 가치가 없다고 슬퍼하는 사람들과 지내던 중 문득, 그 가치가 그 가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삶에 ‘가치’가, 정확히는 ‘쓸모’가 없다는 것에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들은 그랬습니다. 제 인생이 그렇게나 쓸모가 있는 인생일까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일까요?

많은 경우 우리는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를 ‘쓸모’에 둡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아왔습니다.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야 해. 네 가치를 세상에 보여줘. 마음이 건강할 때는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동기와 자극이 됩니다. 그러나 상실과 실패를 겪어 슬픔에 차 있을 때면 이런 생각들은 우울의 충실한 씨앗이 됩니다.



‘나는 아무 쓸모도 효용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구나. 내가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말들은 진실로 사실인가요, 아니면 생각인가요. 그것이 생각이라면 그 생각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요. 100% 나만의 생각인가요, 혹은 내게 의미도 없는 사람들의 잣대로 습관처럼 자신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결론인 듯 말하고 있나요.

우리의 인생은 아주 대단히 쓸모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아기들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삶에 가치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결과물을 내기 바라는 사회구조의 목소리이지, 개인의 안녕감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면, 나는 잉여인간으로, 깍두기로, 그저 재미있게 살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내 삶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있게, 다만 책임감 있게만 살면 됩니다. 내 하루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내공을 쌓으면서(그것이 성냥 쌓기라 할지라도) 하루하루를 보내도 바쁘고 재미있기 그지없습니다. 얼마 전 우리 집 어린이도 물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난 거야?’ ‘너 뿐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원래 그렇게 갑자기 엉겁결에 태어나. 네가 태어난 이유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말고, 태어난 김에 그냥 재미있게 살고, 책임감 있게만 살아.’

아무튼 그런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인생이 대단히 의미 있고 제 삶의 가치가 높다고 믿고 있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요? 저는 정확히 압니다. 저의 빈자리는 누군가 채울 수 있습니다. 그게 어때서요. 오히려 좋습니다. 나는 자유롭게 나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반면, 누구도 채우지 못하는 저의 빈자리가 어디인지는 분명히 압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나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하루에 책임을 다하고, 나의 사람들에 집중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가치를 두는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삶이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기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집중하세요. 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삶의 가치는 이런 것입니다. 잠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평생을 추구하고 다다르려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족이나 관계. 건강. 학문. 돈. 예술. 재미. 영성. 공동체. 사회적 책무. 기후나 자연.

그것이 무엇이든, 삶의 방향으로 삼고자 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후회 없이 하세요. 우리가 오로지 말해야 하는 삶의 가치는, 이런 것입니다. 사람의 쓸모가 아니라.

쓸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실은 내 삶이 어떤 쓸모가 있었는지는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야 알게 될 것입니다. ‘아, 내가 그때 그 친구, 빛나는 여름날에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려고 이 생을 살았나보다.’ ‘길을 잃었던 그 사람, 길 한 번 찾아주려고 내가 이 삶을 살았나보다.’ 그렇게.

이 정도 삶의 쓸모라면, 더없이 충분하지 않나요?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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