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38곳 울렁울렁…초대박 출렁다리도 발길 뜸해졌다
“예산·논산에 손님 다 뺏겨” 한산한 천장호
출렁다리 입구에서 만난 상인 김모(60)씨는 “장사가 잘될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개장 초기엔 ‘다리가 끊어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파가 몰렸던 곳인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드물어 가게 임대료를 못 낼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 방문객을 위해 마련한 대형버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또 다른 상인 이모(67)씨는 “청양에서 멀지 않은 예산과 논산에 더 긴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관광객이 급감했다”며 “청양은 천장호 출렁다리와 연계한 관광지가 부족해서 인기가 식은 것 같다”고 했다.
너도나도 “출렁다리 건설”…5년간 78개 늘어
출렁다리는 흔들림이 발생하는 보행교다. 단기간에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설로 평가되면서 산악 지형이나 호숫가 둘레길, 해안 산책로 등에 우후죽순 들어섰다. 실제 출렁다리 개통 초기 관광 특수를 누린 자치단체는 꽤 있다. 경남 거창군 우두산에 2020년 개통한 ‘Y자형’ 출렁다리(109m)는 세 갈래로 뻗은 특색을 내세우며 연평균 27만명이 찾고 있다. 거창군 관계자는 “거창 항노화 힐링랜드의 대표 관광시설인 Y자형 출렁다리는 우두산 봉우리와 폭포, 암벽 등 지역 콘텐트와 어우러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효자 역할을 한다”고 했다.
충북 진천군이 지난달 초평호에 건설한 ‘초평호 미르309’ 출렁다리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군에 따르면 출렁다리 인근 관광지인 농다리 방문객은 올해 1월~4월까지 25만4800여명으로 이 기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진천군 관계자는 “지난달 초평호에 개장한 309m 길이 출렁다리가 인기를 끌면서, 농다리 1년 치 방문객이 단 4개월 만에 왔다”고 말했다.
출렁다리 2~3년 반짝 특수…방문객 반토막도
강원 원주시 소금산 그랜드밸리에는 출렁다리 2개가 있다. 2018년 소금산 출렁다리(200m) 개통에 이어 2022년 1월 기존보다 200m 더 긴 보행용 현수교 ‘울렁다리(404m)’를 준공했다. 다리를 건널 때 울렁거린다는 의미로 울렁다리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2022년 울렁다리가 개장하면서 한해 81만명이 몰리는 등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49만명으로 줄었다.
울산 대왕암공원은 2021년 출렁다리가 개통되자 그해 44만명이 다녀간 뒤 이듬해 100만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지난해 43만명으로 확 줄었다. 출렁다리 길이를 놓고 이웃 지자체끼리 경쟁하기도 한다. 충남 예산군은 2019년 국내 최장을 내세운 예당호 출렁다리(402m)를 건설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논산시는 2년 뒤인 2021년 아시아에서 가장 긴 570m 길이 출렁다리를 탑정호에 조성했다. 탑정호 출렁다리 여파로 예당호 출렁다리는 방문객은 첫해 294만명에서 지난해 121만명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최종권.박진호.안대훈(choi.jongkwon@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