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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자사고 교사인 대치동 엄마가 학원 안 보내는 이유

정선언 P1팀장
" 어렸을 때 사교육 빈틈없이 받아도, 고2쯤 되면 똑같아지더라고요. "

지난달 말 중동고 부장 교사 두 분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은 얘기다. 중동고는 휘문고와 함께 서울 강남의 양대 명문으로 꼽히는 자율형 사립고다. 워킹맘이기도 했던 두 교사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학군지에서 중학생, 초등학생 딸들을 키우고 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었지만, ‘정보 빠삭한 전략가 엄마 아닐까’ 하는 편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학원, 얼마나 보내세요?”란 질문을 던지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두 교사 모두 선행 학습은커녕 학원마저 몇 군데 보내고 있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교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에만 보냈다”라고도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고2쯤 되면 똑같아진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얘길까?

자사고인 중동고엔 열심히 공부했고, 또 할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다양한 사교육을 활용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하고 온 학생도 적지 않다. 한데 미리 공부했다고 진짜 아는 건 아니더란다. 선행 학습을 하고 온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앞서 나가는 건 고2 정도면 끝이라고도 했다.

" 진도 나가는 게 끝나는 고2 이후엔 심화 학습을 하면서 소위 수능 킬러 문제 푸는 연습을 하거든요. 이건 선행 학습을 한다고 되는 거 아니에요. "



이 무렵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선행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공부를 했다는 것이었다. 고2 이후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이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입시 성과도 좋다고 한다.
중동교 교사들은 "고2 이후 성적이 눈에 띄게 오른 학생들의 공통점은 선행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공부를 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7년 본지에 실린 중동고 3학년 학생의 자습실 책상. 강정현 기자
지난 분기 ‘초등 사교육 대해부 시리즈’를 위해 대치동을 취재해 보니, 아이가 5살이면 사교육이 시작되고 있었다. 초등 6년이 3년 당겨진 모양새였다. “2~3년 선행이 정속(正速)”이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정작 입시 성과 좋기로 유명한 자사고 교사들은 “초등 때 사교육에 매달리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미국 버지니아대 마거릿 버치널 교수 연구팀이 이달 초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기 교육 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다. 유치원 때 잘 설계된 조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이후 학업 성취도가 반드시 높은 건 아니었다는 게 연구 결과였다. 5살부터 아이를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과 사고력 수학 학원을 보내는 건 양육자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 외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게 아닐까?



정선언(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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