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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MBTI-반신반의!

손원임

손원임

현대사회의 젊은층은 디지털 환경과 세계에 매우 익숙하다. 한국에서는 이들을 대체적으로 MZ세대라고 통칭해서 부르며, 디지털 네이티브의 속성이나 특징들을 갖는다. 말하자면, 그들은 다양한 매체와 온라인상의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한다. 또한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고, 지금 현재의 보상과 여가를 즐기고 재미를 추구하며, MBTI라는 성격유형을 고려해서 직업을 선택하거나 데이트 파트너를 고르기도 한다.  
 
그러면 왜 MZ세대가 자신과 상대방의 MBTI를 그토록 궁금해하고 신뢰할까? 이도 역시 곧 하나의 유행성 트렌드라고 볼 수 있지만, 아마도 숏폼 콘텐츠 중독 현상의 징후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과학적인 요소를 지닌 듯한 MBTI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과 맞는 공통점을 찾아 속전속결로 헤쳐 나아가게 해주는 듯하다.  
 
MBTI는 삶의 과정에서 빨리빨리 선택하고 선별하며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내 젊은 시절 유행했던 혈액형 타입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성격 유형론에 고착되어 사람을 판단하거나 자신을 그 틀 안에 가두어 개념화하고 판단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테스트다. 이들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좀 더 쉽게 만들고자 했다. MBTI는 자가진단 성격테스트로서 다음과 같이 4가지 측면에서 성격을 2가지로 분류한다: 1)외향성(extroversion) 대 내향성(introversion), 2)감각형(sensing) 대 직관형(intuition), 3)사고형(thinking) 대 감정형(feeling), 4)판단형(judging) 대 인식형(perceiving). 외향성(E)은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인데 비해 내향성(I)은 그 반대다. 감각형(S)은 사실과 오감에 충실하지만 직관형(N)은 관념적이며 오감을 넘어선 의미를 추구한다. 사고형(T)은 객관적, 분석적인 반면 감정형(F)은 타인 입장을 고려하고 공감적이다. 판단형(J)은 체계적이지만 인식형(P)은 유연하다. 여기서 각각의 영어 단어의 앞자들 E/I, S/N, T/F, J/P의 조합에 따라 16개의 성격이 나온다. 즉, 4의 2제곱은 16인 것이다. 예를 들면, ESTP나 INTJ를 들 수 있다.  
 
나는 최근에 한 MZ세대 직장 여성과 대화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MBTI 유형이 자신의 성격과 딱 맞는다고 말하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녀의 유형은 바로 ESFP! 즉 외향적이고 현실적이며 감상적이고 즉흥적인 타입이다. 내가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 묻자, 그녀는 흔쾌히 “노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계획 세우는 것을 싫어한다”고도 말했다. 꽤 젊은 나이에 이미 성형수술도 두 번이나 했고, 보톡스와 같은 성형시술 등도 이미 몇 년째 받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성형수술과 미용술은 자신을 가꾸는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에 부끄럼 없이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더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온라인 데이트앱만큼은 이상한 사람을 만날 까봐 두려워서 이용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마도 과거에 있었던 그녀의 연애 실패 경험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참 친절하고 주관이 뚜렷했던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 MBTI가 무척 인기(!)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 여성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점이 또 있다. 바로 MBTI의 한계점이다. 비록 그녀가 계획을 세우기 싫어한다고 했지만, 직장에서 꽤 성공한 그녀이기에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면이 있었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일할 때는 정말 열심히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에게도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으로 분석하며 심각하게 반추하는 모습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적인 직업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꾸준히 직업생활을 해왔으면, 진실로 성실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만약에 놀기만 했고, 무계획적으로 생각 없이 살아왔다면, 지금의 그렇게 자신만만한 그녀는 없었으리라!  
 
나는 누구나 MBTI 등을 이용해서 자신의 성격을 진단해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복잡다단한 성격을 특정 성격유형론에 비추어 판단해버리는 데에는 한계와 오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운동을 잘 못한다. 몸도 약하고, 학창 시절에 체육시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왕창 받았었다. 그런데 MBTI 테스트 결과에서 내가 학자나 스포츠 분야, 또는 비즈니스 방면 등에서 뛰어날 거라는 식으로 나왔었다! 그래서 은퇴교수인 지금 나는 MBTI를 반신반의(!) 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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