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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민생토론회, 보여주기 대신 실행력 갖추는 게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시즌2 재개…“노동약자보호법 제정해 이중 구조 해결”
대통령·장관 역할 구분하고 전문가 참여 공론장 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민생토론회를 49일 만에 재개했다. 25번째 토론회 주제는 노동약자 보호였다.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미조직 근로자와 배달·택배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같은 특수형태근로(특고) 종사자 등이 대상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노동시장 양극화는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이는 계층 양극화로 확대돼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옳다.

이에 앞서 법정 유급휴일인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양대 노총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거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 등은 대부분 평소처럼 일해야 했다. 근로자 노고를 위로하는 잔치에 가장 취약한 노동약자는 초대받지도 못한 셈이다. 2022년 노조 조직률은 13.1%에 불과하다. 노동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87%의 노조 없는 노동자를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어제 선언한 민생토론회 ‘시즌 2’를 통해 현장에서 계속 국민과 만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전 민생토론회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토론회 참석을 위해 서울~부산의 10배 넘는 거리(5570㎞)를 이동했다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열심히 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는 방향이 중요하다. 이전 토론회에선 300개가 넘는 정책이 쏟아졌다. 국가장학금 확대 등 재원 대책조차 없는 정책, 사업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은 ‘한국형 아우토반’ 건설 등 논란거리가 많았다. 앞서 가는 대통령 행사에 부처는 허겁지겁 쫓아가며 뒷수습하느라 바빴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부처 위주의 국정 운영이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현장은 중요하지만 사전 준비와 조율이 필수적인 ‘현장 행사’는 지난 토론회처럼 보여주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정책을 왜곡할 위험도 있다. 최근 서울 영천시장을 방문한 대통령에게 상인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수수료 불만을 얘기하자 대통령은 즉석에서 경제수석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카드사 수수료 인하 압박을 떠올리며 걱정한 이가 많았을 것이다.



민생토론회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내용은 대통령 어젠다에 어울려야 한다. 장관이 해도 될 일을 대통령이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부처 간 이견 등으로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대통령이 나서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초청된 국민 얘기도 좋지만 전문가의 깊이 있는 분석·조언과 함께 정부가 선택한 정책 방향을 충실히 알려 우리 사회의 공론장을 여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를 설득해 정책을 현실화하고 실행하려면 국민 여론이 공감할 민생토론회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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