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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러, 국제형사재판소 ‘로마 규정’ 위반 혐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국제규범에 반하는 북한의 불법 행위와 호전적 도발 행태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 미사일·포탄 지원 등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 사이버 해킹을 통한 불법적 수익 창출, 재외공관 및 교민에 대한 테러 징후 등이 그런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런 행위들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 생존권에 큰 영향을 주는데도 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와중에 북·러 군사 협력이 공공연히 진행되는데도 제대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북·러 무기 거래 한국 안보 위협
러 전쟁 범죄, 북이 방조하는 셈
국제사회 공론화하고 단죄해야

시론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평화의 최종적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국가를 침공해 일으킨 것이다. 이는 유엔 헌장 제2조 4항에 정면으로 반하는 불법적 무력사용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러시아는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와 군수품을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 정권으로부터 계속 지원받고 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의해 설치된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2009년 활동 개시 이래로 지난달 30일 활동을 종료했다. 1년 단위로 활동 기간을 연장해왔는데 이번 임무 연장 결의안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을 감시하는 ‘감시 카메라(CCTV)’ 역할을 해오던 전문가 패널을 무력화시킨 러시아의 행태는 무책임하다. 앞으로 북한의 불법 행위를 묵인·조장하겠다는 후안무치한 의사 표시라고 볼 수 있어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미·일 등 50개국을 대표해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종료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북·러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 겨냥한 중대한 군사위협이 될 게 분명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50개 유엔 회원국들이 지난 1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라 하겠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 국제형사사법적 접근을 통한 상황 타개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한 명분과 근거도 충분히 있다.

그동안 북한 무기의 러시아 반입 과정을 추적해 온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북한 컨테이너 약 7000개가 러시아에 반입됐고, 여기에는 수백만 발 이상의 탄약과 함께 대규모 일제 사격이 가능한 로켓이 실렸다고 한다. 이러한 투발 수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ICC 규정)’ 제8조 가항의 고의적 살해(1호) 또는 고의로 신체 또는 건강에 커다란 괴로움이나 심각한 위해의 야기(3호), 군사적 필요 때문에 정당화되지 아니하며 불법적이고 무분별하게 수행된 재산의 광범위한 파괴(4호) 등에 해당하는 전쟁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 2월 초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북한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7개 지역을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50발의 북한 미사일을 발사해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7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에서 북한 무기가 사용된 증거라며 공개한 미사일 파편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기여한 것은 전쟁범죄 방조 행위다. 이는 ICC 규정 제25조 제3항 다호의 ‘범행 수단의 제공을 포함한 전쟁범죄의 실행 또는 실행의 착수 방조’에 해당하거나, 기타 방식에 의한 전쟁범죄 기여가 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5일 ICC는 러시아군이 세르게이 코빌라시 중장과 빅토르 소콜로프 해군 제독의 지휘 아래 우크라이나 전력 기반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북한의 대러 무기 제공을 사법적으로 단죄하고 북·러 군사협력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대러 군사지원에 따른 구체적인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조직할 필요도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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