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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사이언스&] 이 땅에도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꽃필 수 있을까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우리나라에도 세계와 경쟁하는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오는 27일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ASA) 출범을 앞두고 떠오르는 물음이다. 지도자들의 언어는 거창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경남 사천에서 열린 우주산업 클러스터 출범 행사에 참석해 “1000개의 우주기업을 육성하고 이 중 10개는 월드클래스 우주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내정자도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우주항공청은 단순한 정부 조직의 신설이 아닌, 미래의 성장동력을 우주에서 찾고자 하는 정부의 담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형 발사체(KSLV-2) 누리호의 성공과 함께 ‘세계 7대 우주강국 진입’을 선언했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를 향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7일 경남 사천에 우주청 발족
대통령 “우주기업 1000개 육성”
발사체·위성 스타트업 싹트지만
정부 파격 투자, 업계 혁신 필요

나라스페이스 박재필 대표. 최준호 기자
씨는 오래 전에 뿌려졌다. 5년 전 기자가 ‘우주 스타트업’들을 만났던 때를 회상한다. 당시 22살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 신동윤씨는 소형 액체로켓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를, 31살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생 박재필씨는 큐브위성을 만드는 나라스페이스를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광산촌 소년이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이 되기까지 성장기를 그린 영화 ‘옥토버 스카이’의 한국판 청년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 버거워보였지만 당찬 꿈을 꾸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청년 8인의 스페이스 마피아가 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시간이 흘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달과 화성에 도전한다는 뉴스가 ‘버전 업’ 되는 동안, 한국은 누리호 프로젝트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올드 스페이스’ 따라잡기에 바빴다. 문득 5년 전 만났던 ‘스페이스 마피아’들이 궁금해졌다.

초소형 위성 만드는 스타트업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지척인 영등포의 한 빌딩 15층을 찾았다. 사무실 한쪽 벽에 65인치 디스플레이 6장을 붙여놓은 가로×세로 4.4×1.7m의 대형 스크린이 펼쳐져 있다. 가운데는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인공위성의 위치와 경로가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임무 스케줄, 항목별 데이터 등도 보였다. 이제 창업 10년차로 성장한 나라스페이스의 우주 지상국이다. 스크린에 나타난 건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우주발사체에 실려 지상 525㎞ 저궤도에 올라간 초소형 관측 인공위성 옵저버1A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인 큐브 16개로 조합된 조그만 위성이지만 광학카메라로 1.5m 수준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의 또다른 주력 사업은 큐브 기반 초소형위성 제작이다. 사무실 내에 격벽으로 마련된 ‘조립공간’에는 부산시가 의뢰한 20㎏, 12유닛 규모의 미세먼지 관측위성 ‘부산샛’이 완성된 채 놓여있고, 그 뒤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문한 6유닛짜리 ‘항재밍’(anti jamming) 테스트용 위성도 한창 제작 중에 있었다. 처음엔 대학 동아리처럼 시작했지만, 이젠 누적투자가 135억원에 이르고, 올해 말을 목표로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무인탐사연구소 조남석 대표. 최준호 기자
최근 창업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성수동에도 스페이스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숲 인근 서울숲M타워 12층. 99㎡(약 30평) 규모 사무실엔 금속 재질의 바퀴가 달린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로버’들이 가득했다. 2018년 출범한 우주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의 서울 사무소다. 사무실을 꽉 채운 금속 바퀴의 이동수단은 공기가 없고,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 표면에서 작동하기 위한 탐사 로버들이다. 조남석(29)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우주에서 작동하는 탐사로봇을 만드는 국내 유일의 스타트업”이라며 “달 탐사 2단계인 2032년 달 착륙선에 실릴 탐사로버를 만들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 프리랜서 김성태
‘우주 지각생’ 대한민국에 우주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우주발사체만 하더라도 고체와 액체로켓의 장점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소형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이노스페이스, 미국 스페이스X처럼 액체 메탄을 쓰는 로켓을 개발 중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있다. 2017년 창업한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국내 첫 민간 발사체인 한빛-TLV를 쏘아올렸고, 12월엔 재사용 발사체 역추진 시험에 성공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다음달 중으로 시험용 로켓을 고도 100㎞ 미만의 준궤도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두 회사는 각각 누적 투자가 700억원, 570억원에 이를 정도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둘 다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세계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는 우주기업도 있다. 1999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출신이 창업한 쎄트렉아이는 그간 아랍에미리트(UAE) 등 외국에 중소형 인공위성을 수출해왔다. 2008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89억원을 투자하면서 한화그룹의 일원이 됐다.

쎄트렉아이 외엔 돈 버는 곳 없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로켓. [사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문제는 산업 경쟁력이다.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된 쎄트렉아이를 제외하면, 아직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곳이 없다. 수백억원대의 투자 유치를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매출이 아닌 기술 특례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부터 조성한 연간 100억원 규모의 우주펀드는 지금까지 40%만 집행된 상태다. 수익을 내야하는 운용사 입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민석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이 목전에 있지만, 관련 예산규모와 우주개발 계획은 여전히 올드 스페이스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45년 국내 우주항공 매출액 420조원 달성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악한 우주항공산업 환경을 극복하고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오픈 마인드와 과감한 투자는 물론, 업계의 혁신적인 변신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최준호(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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