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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의 시선] 국기 문란인가 재판 방해인가

문병주 논설위원
역대급으로 다양한 재판 지연 방식을 선보이더니 이제 특검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표적으로 삼았다.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한 ‘수원지검 술판 회유’ 의혹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다음 달 7일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특검을 추진하면 또다시 재판이 지연되거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연결될 수 있는 수사가 막힐 수 있다.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이 대표 역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쌍방울 측이 북한에 방북 비용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는 등 일이 잘되는 것 같고 2020년 초에는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애초 자백(지난해 6월) 때문이다. 이후 진술은 번복됐다. 그의 부인이 법정 안팎에서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했고, 주변인들이 설득한 정황이 나왔다. 부인이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변호사 사임계를 내고, 부부가 변호인 재선임 문제를 놓고 다투는 이상한 일들이 이어지면서 재판은 수개월 미뤄졌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에 쌍방울 대북송금을 포함했다. 영장은 기각됐지만, 심사를 진행한 유창훈 부장판사는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자발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라며 애초 진술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기소할지, 무혐의 처분할지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부가 그의 진술 번복을 어떻게 판단할지 기다리는 것 같다.
‘이화영 술판 회유’ 특검까지 추진
이재명 연관 차단 전략일 가능성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도 져야
이 전 부지사가 지난달 4일 법정에서 제기한 술판 회유 주장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에 관련됐다는 지난해 6월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또 다른 전략이란 비판이 있다. 주장은 수차례 수정됐다. “(쌍방울 관계자들이) 음식도 갖다 주고 술도 한 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 소주였고 얼굴이 벌게져서 한참 진정되고 난 다음 귀소했다”고 했던 그는 지난달 22일 공개한 옥중 서신에서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이튿날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취하게 마셨다는 얘기인데, 이화영 전 부지사가 마셨다는 것으로 (잘못) 보도됐다”고 다시 고쳐 말했다.

장소도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앞방 창고에서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로 바뀌었다. 음주 시간 역시 수차례 오락가락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 때문일까. 민주당, 그리고 지지자들은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사실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심각하게 처벌해야 할 중범죄이자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자료 수원지검

술판 회유 주장을 재판지연 전략으로 보는 측에서는 이번 기회에 사법방해죄를 도입하자고 한다. 수사나 재판이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해 수사나 재판 중에 피의자ㆍ피고인이 허위 진술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행위, 또는 타인에게 이를 강요하는 행위를 처벌 가능케 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형사피고인이 자신을 위해 거짓말하는 행위는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처벌하지 못한다. 이 전 부지사의 주장 역시 거짓으로 밝혀져도 그를 가중처벌할 수 없다. 사법당국은 2002년과 2010년 두 차례 도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2022년에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자동폐기될 운명이다. 미국은 공무원 또는 배심원 방해죄, 정부부처ㆍ관청 등에서의 절차방해죄, 법정질서 방해죄, 수사방해죄 등으로 구분해 시행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한 허위증언은 처벌하기 어렵더라도, 재판 중 거짓말에 대해서는 ‘재판방해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 직하다.


이런 논의에 앞서 수원지검 1313호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수사 검사 등을 고발해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미흡하다는 여론이 강하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 그 전에 사법 체계를 무시하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꼭 해 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의혹 주장에만 그치지 말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얹어야 한다. 법적 책임이야 고소ㆍ고발을 통해 이뤄질 테니, 직을 내려놓는 식의 정치적 책임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법적 내용을 자꾸 정치 영역으로 가져가는 관행도 줄어들 것이다.



문병주(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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