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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멍 때리자 허리 뻐근…1시간 넘자 ‘무아지경’

12일 오후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권소아(36) 아나운서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장진영 기자
12일 오후 4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린 서울 반포한강공원. 저마다 분홍색 매트에 앉아 무념무상의 표정을 지었다.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는 참가자도 보였다. 대회장 게시판에는 “야근하느라 지쳐서” 등 갖가지 참가 사유가 적혀 있었다. 공공의료를 전공한 데이터 애널리스트 개럿 앵(42·미국인)은 “잠시나마 멍때리는 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아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참가팀은 80팀, 경쟁률은 35대 1이었다. 환경미화원부터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시니어 모델까지 직군은 다양했다. 1시간 30분 동안 어떤 행동·생각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규칙이다. 웃거나 졸거나 휴대전화를 확인해도 탈락이다. 버티기에 성공한 이들 중 15분마다 체크한 심박 수와 현장 시민투표를 종합해 우승자를 정한다.

패션디자이너 김경택(27)씨는 “지난주 퇴사를 하면서 걱정이 많아 불면증까지 생겼는데 여러 잡념을 떨치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생 이부건(14)군은 “영어와 수학 시간에 멍을 하도 때려서 선생님께 한소리를 들었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는 멍을 때리지 않기로 엄마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기자도 직접 참가했다. 신청서에는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 9시간 48분, 유튜브 시청 시간 2시간 7분을 기록해 ‘도파민 단식’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첫 심박 수는 평범한 수준인 103을 기록했다. 30분이 지나자 허리가 뻐근해졌다. 가방에 넣어 둔 휴대전화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1시간을 넘기는 시점부터는 그야말로 무아지경. 시민들의 웅성대는 소리마저 멀어져갔다. 얼마 후 진행자가 외치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아득하고 아늑했던 90분이 지났다.



이날 우승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36)씨에게 돌아갔다. ‘프로 N잡러’로 자신을 소개한 권씨는 “평소에도 멍을 때리느라 지하철 환승 구간을 놓칠 때가 있다. 우승하니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자 웁쓰양(활동명) 작가는 “10년째 주목받는 걸 보면 우리 삶이 여전히 바쁘고 멍때리기가 어렵다는 방증 같다. 최근엔 가족 단위 참가자도 늘어서 멍때리기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超)경쟁, 극한 갈등 사회에서 무언가로부터 단절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이영근(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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