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1000년 고목에 걸린 수억년전 보석..."오래된 것이 가장 새롭다" [2024 까르띠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에서 관람객이 전시된 작품을 실펴보고 있다. 목걸이가 놓인 토루소는 1000년 이상된 고목을 가공해 다듬었다. 전민규 기자

마치 폐허가 된 신전처럼, 전시장 곳곳에 투박한 돌덩이가 놓여있다. 2000만년전 일본 근해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한 뒤 마그마가 굳어서 생겨났다는 오야석(大谷石)이다. 시공을 가로질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옮겨온 석재 사이사이에 화사한 보석 티아라(일종의 왕관)와 목걸이가 빛난다. 깊은 땅에서 채굴한 원석으로 이처럼 섬세한 아름다움을 빚기까지 ‘인간과 시간의 싸움’을 말없이 웅변하는 듯하다.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설계한 DDP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개막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속 풍경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브랜드 까르띠에의 자체 컬렉션과 개인 소장품 300여점을 마치 미술작품처럼 정교한 테마로 소개한다. 직접적으로는 2019년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열린 동일 주제의 전시를 가져왔다. “보석 자체의 가치나 제작 배경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문화와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조명”(모토하시 야요이 교토예술대 교수)하는 게 특징이다.

일본 심해에서 채굴·가공한 '오야석'으로 장식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장 풍경. 중앙포토
특히 이를 ‘시간의 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느낄 수 있게 요소요소를 배치했다. 예컨대 진열대의 토르소(몸통만 있는 조각)는 수령이 1000년 이상 된 고목을 오랜 시간 말리고 가공한 뒤 불상 조각 전문 장인이 섬세하게 다듬었다. 여기 걸린 목걸이는 1900년대 초반 제작됐고, 사용된 보석은 수억 년전 지구 활동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시계로 재는 12시간 단위가 옹색해질 정도의 세월이다.

“보석과 돌이 지닌 힘과 매력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인류다. 인간만이 수억 년 동안 결정화(結晶化)한 돌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 아름다움은 가치가 되었다. 오직 인간만이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일본의 거장 사진작가·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76)의 말이다. 그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48)와 함께 설립한 건축 회사 ‘신소재연구소’가 2019년 도쿄 전시에 이어 이번 공간도 디자인했다. 사카키다는 “2018년 봄 파리의 까르띠에 공방에서 만난 장인들이 보석을 대하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다. 이를 전달하고자 돌과 나무 등 자연 소재를 다수 활용했다”고 밝혔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 초입에 설치된 '역행 시계'. 1908년 제작된 까르띠에 제품을 전시기획자 스기모토 히로시가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가게끔 개조했다. 전민규 기자.

전시는 1908년 제작된 높이 3.5m짜리 대형 시계와 함께 시작된다. 시침과 분침이 원래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스기모토가 개조했다.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롭다’는 신소재연구소의 모토와 연결되는 한편, 최신 기술도 과거의 유산에 기반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전통 직물 ‘라(羅)’를 공간 구분 장치로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삼국시대부터 쓰였지만 명맥이 끊겼던 라는 아름지기의 자매기관인 온지음의 연구에 힘입어 최근 복원됐다. 이밖에 9세기에 창건된 일본 절의 불화(佛畫)를 병풍 모티프로 활용하는 등 곳곳에 전통과의 연결을 강조했다.

전시품들은 값비싼 장신구를 넘어 ‘장식예술의 결정체’를 추구하는 까르띠에의 역사를 집약한다. 아르데코가 붐을 이루던 1920~30년대 탄생한 ‘뚜띠 프루티(Tutti Frutti, ‘모든 과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는 인도 전통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아 유색 보석을 열매·나뭇잎·꽃 같은 문양으로 오밀조밀 조각하고 결합했다. 플래티늄 등 신소재를 처음 접목하거나 당대의 건축·미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못이나 볼트 같은 공업용 사물에서 착안한 제품(‘러브 팔찌’ 등)은 대중화에도 성공했다.

까르띠에 뚜띠 프루티 힌두 네크리스. 사진 까르띠에
2014년 팬더(표범)를 모티브로 제작한 브레이슬릿. 사진 까르띠에
유명 인사들의 사연이 깃든 희귀 주얼리도 눈길을 끈다. 영국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버리고 택한 ‘세기의 결혼’ 당시 심프슨 부인의 애장품이 다수 선보인다. 모나코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 때 쓴 티아라도 나왔다. 각각 의뢰받아 제작·납품했던 것을 훗날 까르띠에가 경매 등을 통해 되사들인 것이다. 1970년대부터 이 같은 물밑 노력을 한 덕에 1847년 프랑스 왕실 납품 보석상으로 출발한 이래 170여년의 브랜드 역사를 약 3500점의 컬렉션에 담을 수 있게 됐다.

까르띠에 전시는 1989년 파리의 프티 팔레를 시작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아부다비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거쳐 DDP 전시가 41회째다. 최근 디올·불가리 등 유수의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트렌드와 맞닿으면서도 격조 있는 장식공예 전시로 끌어올렸다. 1일 개막 이래 티켓 3만장이 판매되는 등 관람객 호응도 높다. 주최 측은 “신한은행 등 여러 기업에서 VIP 패키지 구매도 잇따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6월30일까지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에서 만나는 희귀 디자인 제품들. 김경록 기자.




강혜란(theother@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