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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나이 들어가는 노동자 3억명…중국 농민공 문제

공식 언급·학계 연구 축소…산업변화 속 제조·건설업→서비스업 이동 추세

[특파원시선] 나이 들어가는 노동자 3억명…중국 농민공 문제
공식 언급·학계 연구 축소…산업변화 속 제조·건설업→서비스업 이동 추세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국과의 직접 경쟁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부강'해진 중국에서 농민공(農民工) 문제에 관한 논의를 찾아내는 것은 이제 그리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하지만 언급이 줄었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아니다. 중국인 10명 중 2명은 제도적 차별에 노출된 농민공이고, 이들의 가족을 더하면 전 사회적 불평등 규모는 더 커진다.
땅덩이가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이슈가 다양한 중국이지만,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중요한 구조적 문제는 다시 짚어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농민공은 농업 호구(戶口·호적)를 가진 채 도시에 가서 노동자가 된 사람을 가리킨다.
중국은 1958년부터 농민의 도시 유입을 막기 위해 농업 호구와 비농업(도시) 호구를 구분하고 둘 사이의 이동을 제한해왔다.


농민이 도시에 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살더라도 도시 호적이 없으므로 각종 사회보장 체계에서 배제된다. 해외 연구자들은 농민공을 국내 이주 노동자(migrant workers)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저임금 제조업·건설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개혁·개방으로 늘어난 노동력 수요를 채웠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대만 해도 1천만명 수준이던 농민공 숫자는 2000년 1억2천100만명, 2005년 1억4천700만명, 2010년 2억4천200만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달 초 당국 발표에 따르면 작년에는 191만명 늘어난 2억9천753만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대부터 증가세는 완만해지고 있다.
중국 당국으로선 저임금 농민공 덕에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인구 상당 부분이 '도시에서 표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농민공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파업이 잇따랐고, 부모가 돈을 벌러 떠난 뒤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留守兒童)의 교육 불평등 같은 이슈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를 모토로 삼았던 후진타오 정권에서는 농민공 문제가 단골 논의 주제였다.
지난해 작고한 고(故) 리커창 전 총리가 부총리 시절이던 2010년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농민공의 취업·임금·자녀 교육·사회보장 등 문제를 잘 파악해 이들을 점진적으로 도시 주민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하고, 그것이 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실린 게 대표적이다.
중국중앙TV(CCTV) 뉴스에 고되게 일하는 농민공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 것도, 영화나 드라마가 이들의 빈곤 문제를 곧잘 다루던 것도 이때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농민공이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일은 드물다.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하이라이트인 국무원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만 보더라도 2010년에는 '농민공'이 9회 언급됐는데, 작년에는 4회, 올해는 3회 언급되는 데 그쳤다.
학계의 관심도 시들하다.
중국 최대 학술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 '즈왕'(知網·CNKI)에서 '농민공'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논문 숫자는 2003년 1천434건→2006년 1만100건→2009년 1만7천100건으로 증가하다가 2010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작년에는 1천820건만 나왔다.
공식 매체에서 농민공이 언급되는 일 역시 드물다. 국력이 강해진 중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과 글은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농민공은 명절 무렵 고질적인 임금 체불 문제가 다뤄질 때 정도를 빼면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농민공 집단도 변화를 겪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농민공 취업은 2차산업에서 55.1%, 3차산업에서 44.5% 이뤄졌는데, 작년에는 2차산업 47.8%·3차산업 51.7%의 비중을 보였다.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2008년 37.2%에서 작년 27.5%로 떨어졌고, 2008년 13.8%에서 2014년 22.3%까지 올라갔던 건설업 취업 비중은 작년 15.4%로 나타났다.
농민공이 저임금 제조업이나 경기가 나쁜 건설업을 벗어나 음식 배달 등 성장세가 빠른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작년 기준 제조업 종사 농민공의 월 평균 소득은 4천780위안(약 90만원·연간 1.8% 상승), 건설업 농민공은 5천488위안(약 104만원·2.4% 상승), 교통·운수·배송업 농민공은 5천469위안(약 103만원·3.2% 상승), 숙박·요식업 농민공은 3천998위안(약 75만원·4.6% 상승)으로 조사됐다.
전국적 고령화 속에 농민공 평균 연령도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당국은 2008년부터 농민공 모니터링을 시작했는데, 첫 조사 때 34세였던 농민공 평균 연령은 작년 43.1세로 9세 많아졌다. 16년 새 농민공은 7천만명 넘게 늘었으나 40세 이하 비율은 70%(1억5천800만명)에서 44.6%(1억3천300만명)로 감소했다.
농민공 실업률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실업률 데이터는 통상 '도시 조사 실업률'이어서 일자리를 잃고 농촌으로 돌아간 농민공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자체적으로 농민공 실업률 추계 모델을 만든 허베이대 연구팀은 2020년 실업률 3.13%에 이어 2027년 실업률이 3.7%로 '피크'를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당국이 전기차 등 차세대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면서 미국 등 서방 진영은 '과잉생산' 등 우려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데, 산업 구조의 빠른 변화는 농민공에게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100개를 훌쩍 넘긴 전기차 브랜드들이 가격 전쟁 속에 경영 상황이 나빠지자 속속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고, 배터리·태양광 설비 업체들의 구조조정 소식도 근래 들어 심심치 않게 나오는 등 노동시장은 얼어붙는 국면이다.
부동산 침체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작년 한 해 건설업계를 떠난 농민공은 650만명에 이르고, 그나마 진입이 쉬웠던 음식 배달업 등은 열악한 조건에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내 전문가 가운데는 고령화 추세를 막을 수 없다면 농민공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없애 소득을 높이고 내수를 진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당국이 시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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