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왕 등 남성만 가입한 사교클럽…첫 여성 회원은 본드걸?[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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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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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서 깊은 남성 사교클럽 ‘개릭 클럽(Garrick Club)’ 내부 모습. 사진 개릭 클럽 홈페이지 캡처](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f46e669b-2d3b-471d-ba3f-1a605f56aa4a.jpg)
" 찰스 3세 국왕,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 리처드 무어 해외정보국(MI6) 국장,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팝스타 스팅,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 "
192년간 여성 가입을 받지 않은 영국의 유명 남성 사교클럽 ‘개릭 클럽(Garrick Club)’ 회원 면면이다.
이곳이 지난 7일(현지시간) 1300명 회원 대상 투표에서 59.98%의 찬성률로 1831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여성 가입을 허용하면서 어떤 여성들이 가입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번번이 여성들의 가입 시도가 무산됐고, 여성의 클럽 입장마저 남성 회원의 초대를 받아야 손님으로나마 드물게 가능했던 곳이어서다. 들어가서도 여성은 식당 가운데 자리엔 앉을 수 없어 가장자리 테이블로 안내됐고, 어떤 것도 지불할 수 없다는 의미로 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메뉴판을 받곤 했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커커 개릭 클럽 의장은 회원들에게 향후 여성 가입과 관련, “‘토크니즘’(tokenism, 소수 집단의 적은 수만 조직에 편입시켜 구색을 갖추고 차별을 개선한 조직처럼 보이게 하는 것) 우려가 있지만 대다수 여성에게 정상적인 가입 대기 시간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릭 클럽은 입회에만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등 까다로운 가입 절차로 악명이 높다. 기존 회원이 먼저 신규 회원 후보를 제안하고, 그를 다른 회원이 두 번째로 제안해야 붉은색 가죽으로 제본된 책인 회원 명부에 이름이 적힌다.
이후 이 명부에 충분한 수의 회원이 회원 가입을 지지하는 서명을 해야 후보자위원회에 상정되고, 그 다음 절차로 24명으로 구성된 총위원회에서 후보자 자격을 검토한다. 그 전에 회원 후보를 클럽으로 초대해 식사하면서 위원회 위원들이 후보의 면면을 판단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현 찰스 3세 국왕도 1985년 왕세자 시절 그의 부친이던 필립 공이 제안하고 배우 도널드 신든이 두 번째로 제안하는 절차를 거쳐 가입했다. 찰스 3세는 당시 지명 양식에 자신의 직업을 ‘자영업자(self-employed)’라고 썼다고 한다(1985년 영국 타임스지 보도).
![팝스타 스팅과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사진 중앙포토](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435c9ad0-0681-48b6-83a7-85826c40ce2f.jpg)
이런 가운데 저명한 여성을 ‘패스트트랙’으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클럽은 7명의 후보자 명단도 작성했다. 로마 역사 연구로 저명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전학 교수 메리 비어드, 앰버 러드 전 내무장관, 채널 4 뉴스 앵커 캐시 뉴먼, 정치 평론가이자 노동당 정치고문을 지낸 아예샤 하자리카 등이다. 배우 줄리엣 스티븐슨, 코벤트리 대학교 총장인 마가렛 캐슬리-헤이포드, 전 항소법원 판사였던 엘리자베스 글로스터도 명단에 올랐다.
본드걸 출신 여배우 가입도 논의
![지난해 11월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전 세계에 대한 영국의 인도주의적 공헌을 인정하고 재난 비상 위원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리셉션이 열려 찰스 국왕과 조안나 럼리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우 조안나 럼리는 인권운동가로도 활약해왔고,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축하하는 책(A Queen for All Seasons:A Celebration of Queen Elizabeth Ⅱ on her Platinum Jubilee)를 쓰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79a9ff55-fcb6-4b07-9fe0-96701c6e8acf.jpg)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성 가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명부에 일정 수 이상의 서명을 받고 총회에 상정되는 데 5~10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 가입에 반대표를 던진 일부 회원은 위원들이 새 후보에 반대표를 던지면 가입이 무산된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가입을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여성 사교클럽인 ‘포셋 소사이어티’의 제미마 올차우스키는 기고글에서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들이 개릭에서 점심을 먹는 건 수세기 동안 존재해 온 고위 권력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개릭이 선택된 소수만 초대되는 엘리트 클럽으로 남아있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개릭 클럽 내부. 사진 개릭클럽 홈페이지 캡처](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a7fd2e46-807f-419c-9382-e52c528abde4.jpg)
![지난달 4일 한 행인이 영국 런던의 개릭 클럽 입구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5/20/39926e88-74b4-4025-9a93-8f6a8d792d61.jpg)
백일현(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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