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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기자회견 관전 포인트

국민이 대통령에 준 마지막 기회
대통령, 주먹쥐지 말고 고개 숙여라
기자, 매섭고 집요하게 재확인하라

김현기 논설위원
#1 여러 해외 지도자들의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2016년 11월 14일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회견.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공화당에 패배한 직후였다.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 "민주당은 충격적인 패배를 했다. 앞으로 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느냐." 오바마는 이렇게 답했다. "난 (내 의견이 아닌)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걸 지켜보겠다. 내 임기가 곧 끝나는 게 참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2008년 대선 당시 아이오와주에서 이긴 것도 무려 87일 동안 머물며 각 동네를 돌아다닌 끝에 힘겹게 이겨낸 것이지,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inevitably) 이긴 게 아니다. 마찬가지다. 변할 수밖에 없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변하는 법이다."
우선 당 패배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새 길'에 자신이 방해세력이 되지 않을 것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반성과 각성, 변화를 향한 열정은 모두의 몫임을 고급지게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회견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주먹을 쥐고 "내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고 반박 또는 변명하지 말라. 고개 숙이고 "내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고 이해를 구하라. 국민은 보이는 걸 믿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주장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나도 솔직히 정말로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 있는 형편이 못 됩니다. 제 책임이 큽니다. 대신 당장 큰 도움이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이러이러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이번 만큼은 제발 법률가가 아닌 대통령의 화법으로 답해야 한다.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이 결정한 게 아니다.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2 그렇다면 기자들은 뭘 어떻게 물어야 하나.
첫째, 짧게 핵심만 명쾌하게 물었으면 한다. "질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도 빼자. 재임 2년 소회 같은 질문도 필요 없다. 631일 만의 회견이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로 제한돼 있다. 모두발언까지 있다. 장황하게 묻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대통령의 단답형 답변을 끌어내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당시 120분의 발언 대부분은 윤 대통령 몫이었다(민주당 주장 85%, 대통령실 주장 70%). 대통령 페이스에 휘말릴 수 있다. 자신이 없는 기자는 아예 손들지 않는 게 좋겠다. 되레 회견 후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지난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손들어 질문을 신청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둘째, 선택과 집중이다. 대통령실은 주제를 폭넓게 가져가려 할 것이다. 그래야 난감한 질문을 분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 입을 통해 알고 싶은 건 뻔한 것 아니겠는가. ▶채 상병 사건(참모에게 격노한 게 맞는지, 특검법 어떻게 할지, 이종섭 전 대사를 왜 서둘러 출국시켰는지) ▶김건희 여사 의혹(디올 백 왜 받았는지, 어디에 뒀는지, 왜 사과를 하지 않는지) ▶국정 운영 방향(이대로 향후 3년을 식물 대통령처럼 이끌 건지, 야당과의 협치 제도화는 어떻게 할지), 이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묻길 바란다.
대통령이 두루뭉술하게 답하면 사전에 준비한 다른 질문 말고 이 부분을 추가 질문으로 매섭게, 집요하게 재확인하길 바란다. 사실 이 세 사안에 대해 국민은 그 어떤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미국의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 토머스 헬런의 말처럼 기자가 캐묻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돼버린다. 기자회견이지, 대통령회견이 아니다. 잊지 말자.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머스 기자(왼쪽)가 지난 2009년 2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을 퍼붓고 있다. AP=연합뉴스

셋째, 기자는 질문을 해야지 도발하면 안 된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깎아내리거나 모멸감을 주려 해선 곤란하다. 그건 정의로움이 아니다. 국민은 내공에서 배어 나오는 매서움과, 태도에서 배어 나오는 무식함을 금방 구별한다. 대통령과 기자들의 불꽃 튀는 60분 공방을 기대한다.



김현기(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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