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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모서리를 접는 마음]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윤고은 소설가
리디 살베르의 책 『저녁까지 걷기』에는 작가가 피카소 미술관에서 홀로 밤을 보내는 얘기가 나온다. 처음엔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라는 제안을 거절했던 그는 결국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때문에 마음을 바꾼다. 만약 내게 그런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작품 곁에 머물고 싶은가?

김찬용 도슨트와 함께한 도서관 행사에서 나는 같은 질문을 그에게 던졌고, 그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무제: 완벽한 연인’을 선택했다. 사랑하는 예술작품 곁에서 밤을 보내는 한 사람을 그려보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잠시 후 그 질문은 조금 변주되어 내게로 왔다.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

김지윤 기자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무인도에 가져갈 책, 지구에 단 한 권 남길 책…. 다양한 가정 속에 놓여봤지만,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이라니! 그 자리에서는 『시간과 물에 대하여』와 『깃털 도둑』을 골랐는데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을 도서관 서가에 두고 있었다. 특별한 하룻밤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걸 멈추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요한 밤, 오직 한 권의 책 앞에서 환하게 켜진 한 사람의 마음을 떠올리면 다른 모든 밤들이 시시해질 지경이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 밤에 완벽하게 어울릴 책들을 찾아냈다.

도서관, 혹은 책의 물성에 대해 말하는 책을 고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밤의 도서관』,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도서관은 살아 있다』, 『도서관 여행하는 법』과 같은.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을 실제로 제안받은 것이 아닌데도 그 밤의 특별한 동행이 될 책을 고르기 위해 마음이 요란했고, 그러는 동안 아직 오지 않은 어떤 밤보다 더 멋진 시간을 천천히 통과했다.



어떤 질문은 이렇게 우리를 춤추게 한다. 여행하게 한다. 그것이 당장 필요한 질문 말고 그 너머를 상상해야 할 이유다.

윤고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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