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 비웃듯…전쟁 중인 러 '중국 알리'서 반도체 사들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이른바 ‘이중용도 물품’의 러시아 반입은 서방의 제재를 비웃듯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중용도 물품은 반도체나 볼베어링처럼 민간용으로 개발·제조됐어도 군사용으로 활용될 우려가 큰 상품을 말한다.
러시아 이커머스 플랫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제재가 심화하자 중국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했다. OZON은 2022년 11월 광둥성 선전에 사무실을 열고 물류 시스템을 확충해왔다.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 이커머스 업체 징둥닷컴의 자회사 JD로지스틱스와 배송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알리도 러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하고 월간 사용자만 35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국제사회 제재 규정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OZON은 닛케이아시아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 통제 대상인 컴퓨터 반도체 및 기타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플랫폼 내 판매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산 이중용도 제품은 러시아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초소형 전자제품 수입 비중의 90%는 중국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미사일과 탱크,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필수 물품이다. 러시아는 탄약 및 포탄 생산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핵심 재료인 니트로셀룰로즈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현재 러시아의 탄약 및 포탄 생산은 미국과 유럽보다 거의 3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고에도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중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 주석이 이중 용도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중·러 간 밀착도 여전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5~16일 5선 성공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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