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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때 성추행 당해 보육원 나왔는데, 아무 지원도 못 받았다" [소외된 자립청년]

울산에 사는 자립준비청년 A씨(24)는 열다섯살이었던 2015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다른 담당자에게 털어놓자 “다른 보육원에 옮길지, 원래 집으로 돌아갈지 선택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상황이었지만 결국 집을 선택했다. 7년 만에 돌아간 집에선 아버지는 또다시 손찌검을 일삼았고 몇 개월 만에 집을 나왔다.

A씨는 보육원을 퇴소할 때 받은 800만원으로 인천·부산 등 고시원을 전전했다. 성인이 되어 자립준비청년 정부 지원 제도를 알아봤지만 정착금·수당 등 지원 대상이 ‘만 18세에 보호가 종료된 자’여서 15살에 보육원을 나온 A씨는 해당이 안 됐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나도 막막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만 18세 이전 보육원 퇴소자를 비롯해 자립준비청년 중 상당수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립준비청년마다 처한 상황은 제각각인데 정부 지원 기준이 일률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만 15세 이후 보호종료자도 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도 퇴소자 등을 발굴할 방법은 미비한 상태다.




중도 퇴소자 등을 찾아 제도를 안내하기 위해선 아동보호시설·위탁가정의 협조를 받아야 하지만 정보 공유가 쉽지 않다. 또 당사자들이 보육원·그룹홈 출신이란 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전담기관에서 사례 발굴·관리를 하고 있지만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체 자립준비청년 중에서도 약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만 관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는 자립준비청년도 정부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계성 지능 장애란 지능지수(IQ)가 71~84 수준으로 일반인의 평균 지능(100)보다 조금 낮지만 지적 장애인보다는 높은 경우다.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회에 나간 뒤 대인관계나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폭력·사기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굿네이버스 경남 자립준비전담기관 황민주 과장은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2명 정도가 경계성 지능 장애인으로 추정될 만큼 많지만 제대로 된 통계도 없어 밀착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하지만 자립지원 전담기관은 장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데다 정부의 매뉴얼도 미흡해 경계성 지능 장애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의 ‘자립 지원 업무 매뉴얼’에는 ‘경계선 지능 아동과 같은 자립취약아동의 보호 종료 시 지원을 강화할 것’, ‘연장 보호를 검토할 것’, ‘별도의 서비스 개입 계획을 수립할 것’ 등 원론적인 안내 외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백혜정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지원은 신청주의에 기반해 사각지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당사자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사회 내 사각지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활동을 늘리고 경계성 지능 청년 등을 위해서는 쉬운 말 안내 등 눈높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도별 보호종료 청소년 인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23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
자립준비청년
보호자가 없거나 양육을 포기해 아동보육시설·그룹홈·위탁가정에서 성장한 뒤 만 18세가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한 청년. 보호종료 이후 5년간 정착지원금 및 자립수당 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립준비청년이 20명이라고 집계했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죽음은 훨씬 더 많았다.




정세희.박종서.김서원(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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