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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보선 압승해도, 정권교체 못하는 일본…日학자가 알려준 이유

일본 정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치른 중의원 보궐 선거(3개 선거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모두 승리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더는 집권 자민당의 ‘얼굴’이 되기 어렵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자명하다. 지난달 하순 실시한 조사에선 “정권 교체를 바란다”(62%, 마이니치신문), “정권 교체를 기대”(52.8%, 산케이신문)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을 정도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해 12월 도쿄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을 꽉 다문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내 정치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진단한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기는 걸까.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학자 중 한 명인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 주오대 법학부 교수에게 이유를 물었다. 여론이 원하는 것은 현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아니라 “여당 내에서의 정권 교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포스트 기시다’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나카키타 교수는 일본 여야 내부 사정에 밝고 인맥도 두텁다. 지난달 12일 일본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 개혁 협의회, 선거 제도에 관한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자문했다.



"자민당은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 여겨"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

"국민들이 자민당에 한 번 ‘침을 놓은’ 것일 뿐,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표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론조사를 봐도 자민당이 폭주하지 않도록 여야가 어느 정도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실제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는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입헌민주당에 정권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소수이고, 대다수는 ‘자민당 내부에서의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자민당이 유일하게 후보를 낸 '시마네 1구'에서 입헌민주당의 가메이 아키코(亀井亜紀子) 후보가 대승을 거둬 주목을 받았다.


"시마네와 같은 농촌 지역에서도 자민당의 지지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해당 지역구 의원으로 지난해 11월 사망한)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의원은 정치자금 문제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의 관계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반면 가메이 당선인은 전직 의원이라는 점에서 인지도가 높았고, 아버지가 전 자민당 국회의원이어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기 쉬웠던 측면도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번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현재로썬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자민당은 오랫동안 집권해 왔으며 집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국민은 2009년에 한 번 민주당(정권을 내준 뒤 민진당을 거쳐 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으로 분열)에 정권을 맡겼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입헌민주당의 가장 큰 과제는 외교·안보 정책이다. 민주당 정부 당시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빚었을 뿐만 아니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북방 영토(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 방문, 이명박 대통령의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상륙, 센카쿠 열도(중국식 명칭은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 격화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위기 상황에 빠뜨렸다. 게다가 민진당이 된 이후 일·미 안보조약 폐기를 내건 공산당과 공조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일본 국민은 안보 문제에 더 민감해졌고, 일·미 동맹 강화에 대한 지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입헌민주당 주도로 정권 교체가 가시화되면 안보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것이다.”


"'악몽의 민주당 정권' 이미지 못 떨쳐"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입헌민주당은 아직도 집권 당시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긴 후 당내 갈등을 우려해 정리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 당시 취했던 것 중 어떤 정책이 옳고 어떤 정책이 잘못됐는지 정리하지 못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자주 언급했던 '악몽의 민주당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또 민주당 정부는 (2010년에) 연립 정권에서 사민당이 탈퇴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 그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다. 입헌민주당이 정말로 정권을 잡으려면 현실적인 안보 정책을 내놓는 것과 더불어 안정적인 연립 정권의 틀을 제시하는 게 필수적이다."

-오는 9월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먼저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승리한 뒤 재선을 노렸던 것 같다.

"지금 당장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9월에 총재 선거가 있고, 그 전에 굳이 나서다가 '모난 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은 물론이고, 총재 선거 출마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자민당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기시다 총리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직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패배한 건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 단 한 번뿐이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명예로운 퇴진'을 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민당 의원들이 총재 선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은 정기국회(6월 23일로 예정돼 있으나 연장 가능)를 마친 이후가 될 것 같다. 중의원 의원 임기 만료(내년 10월)를 앞두고 '선거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총재를 뽑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지난 2월 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을 앞두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총재 선거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대부분의 파벌이 해산된 상태에서 치러지게 될 전망이다. 어떤 후보가 나올까.

"2001년 총재에 당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처럼 '낡은 자민당을 무너뜨리겠다'고 외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총재 선거는 결선투표로 가면 국회의원 표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그다지 파괴적인 인물이 당선되진 않을 것이다. 현재로썬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이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가미카와 외무상의 경우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것이고,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아베 총리에게 계속 이의를 제기한 인물로 '탈 아베 정치'라는 스토리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총리가 되면 상당한 임팩트가 있고, 바로 중의원 해산에 돌입하면 (연립 정권인) 자민·공명 양당으로 과반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과는 정치 제도, 풍토 면에서 차이가 크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이지만 한국은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정치 제도가 크게 다르다. 또 한국은 지금도 지역에 따라 지지 정당이 다른 측면이 있다 보니 여야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는 것 같지만, 일본은 전국적으로 거의 '자민당 일강(一强)'이다. 예컨대 전국 (광역 지방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 의회에서 자민당 의원의 비율은 지난해 12월 현재 약 49%를 차지하고 있지만, 입헌민주당은 약 9%에 불과하다. 이 차이는 크다."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법학부 교수
1968년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도쿄대 대학원 법학박사. 전문 분야는 '현대 일본 정치론'. 여야에 다양한 네트워킹을 가진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학자로 지난달 일본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 개혁에 관한 전문위원회에도 참석했다. 저서에 『자민당 : '일강(一强)'의 실상』, 『자민·공명 정권이란 무엇인가 : '연립 '에서 본 힘의 정체』, 『일본공산당 : '혁명'을 꿈꾼 100년』 등이 있다.

오누키 도모코(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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