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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힘으로 특검 공세, 與 수사 논리로 방어 '웃픈 정치실종' [view]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여야 합의와 거야(巨野)의 밀어붙이기가 공존했던 2일 국회 본회의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묘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이태원특별법을 합의 처리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완력으로 채 상병 특검법(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법)을 통과시키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갑자기 바빠졌다. 거의 동시에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특검법 강행 처리를 공언한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야당의 특별법 강공에 기존 수사 기관이 갑자기 바빠지는, 이해가 쉽게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는 국면이다.

공수처는 4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소환해 15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윤 대통령 지칭) 격노설’을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전했다고 알려진 핵심 피의자다. 채상병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가결된 지 이틀 만에 윗선 수사로 직행한 것이다. 공수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지난달 26일·29일)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 직무대리(2일) 등 사흘에 한 번꼴로 소환 조사를 벌이면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기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은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개최된 3월 월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2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박찬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바로 발의할 생각”(지난 1일, SBS라디오 인터뷰)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는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서울의소리 측에 9일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뒤늦게 명품백 의혹 수사가 개시됐으니 민주당이 이를 반길 법도 한데 외려 “5개월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별안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니 조금도 신뢰가 가질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니 부랴부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며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채상병 사건 수사 은폐 의혹과 관련한 공수처의 수사 확대에 대해서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왜 지금에서야 속도를 높이냐”(당직자)는 의구심이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와 상관없이 특검법은 추진한다”며 “공수처가 수사해도 피의자가 판·검사나 고위 경찰이 아니면 검찰이 기소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못 믿겠으니, 특검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로 ‘특검 만능주의’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야당 단독 표결로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반대로 여권은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걸 ‘선(先) 수사, 후(後) 특검’의 근거로 삼아 반격에 나서려 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수처 등이 한창 수사하는 시점에 민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인 것 자체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불통 이미지’를 쌓겠다는 정략적 의도”라며 “수사 결과를 보지 않고 특검법부터 통과시킨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간 뭉개기 의혹이 일 정도로 더디던 수사가 갑작스레 속도를 내는 것이 특검을 반대하는 여당 논리의 핵심 근거가 됐다. 야권의 특검 공세를 여권이 수사 기관의 수사를 근거로 방어하는 초유의 풍경이 벌어지는 중이다.


여권에선 “대통령이 과감하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확산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을 못 믿겠다고 민주당이 발족시킨 공수처 수사를 이제 와서 민주당이 ‘특검을 막기 위한 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건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특검법의 경우 수사 등 정부 권한을 입법부에 잠시 넘겨주는 것인 만큼 여야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 강 대치가 가시화된 가운데,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더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밀어붙인다는 ‘플랜 B’ 준비에도 나섰다. 우선 22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직을 가져오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신임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엔 ‘법사위 사수파’인 김용민 의원을 임명했다. 김 원내정책수석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며“특검법, 검찰개혁법 등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대부분의 주요법안이 법사위 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으로 여야 협치가 시작되기는커녕, 초(超) 갈등 국면으로 회귀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양자 회담과 이태원 특별법 합의처리 등 엷게나마 있던 협치의 흐름도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적대 정치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여야 모두 협상파는 사라지고, 극소수의 열성 팬덤에만 귀 기울이고 있다”며 “그러니 수사 기관 움직임에 맞춰 정당이 흔들리고, 정치가 이뤄질 수 있는 자신들의 고유한 공간을 스스로 좁혀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현석.박태인.전민구(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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