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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노릇 하면서 변화하는 뇌...'돌봄 회로' 생긴다[BOOK]

부모됨의 뇌과학

첼시 코나보이 지음

정지현 옮김
코쿤북스








태어난 아기를 보는 순간, 감동이 벅차오르며 본능적이고 무한한 사랑이 샘솟기 시작하리라는 것은 예비 부모들의 흔한 기대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오히려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두려움, 기쁨과 걱정을 포함한 양가감정과 함께 슬픔이나 충격을 느끼기도 할 것이라고. 엄마들은 아기 곁에서 한순간도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아기를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 같은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미국의 건강·과학 분야 저널리스트인 저자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는 출산 이후 겪은 혼란과 불안에 직업적인 특기를 들이댔다. 여러 양육자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특히 뇌과학을 비롯한 과학적 연구의 성과들을 살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임신·출산과 함께 우리 뇌 안에서 모성 본능을 일깨우는 스위치 같은 건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아기라는 존재, 울고 웃고 칭얼대며 관심과 돌봄을 요구하는 상대가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자극에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며 우리 뇌에서 '돌봄 회로'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출산한 엄마만 아니라 이 책이 거듭 환기하듯 아기를 돌보는 아빠, 생물학적 부모만 아니라 입양 부모와 친인척을 포함한 양육자들에게 고루 해당하는 얘기다.

물론 임신과 출산은 각종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를 포함해 엄청나게 격렬한 일이다. 저자는 규칙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아빠들도 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 변화, 출산한 엄마와 비슷한 뇌의 변화가 일어나는 점을 전한다. 많은 여성들이 겪는 산후 우울증 역시 양육하는 아빠들 중에도 적잖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힘듦과 더불어 엄마들이 종종 토로하듯 뇌의 기억 기능 등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부모가 되면서 뇌가 겪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성인기의 그 어느 때보다 유연성·적응성이 높아질뿐더러, 타인의 사회적·감정적 신호를 파악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강화된다고 역설한다.


여러모로 사려 깊은 저자는 부모됨을 통해서만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아니란 점도 부연한다. 달리 말하면 이런 능력과 양육의 기술을 쌓아가는 것이 부모만 아니라 인간 종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시각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른바 모성 본능을 강조해온 역사도 되짚는다. 모성을 신화화하는 관점은 다른 한편으로 임신·출산·양육을 이유로 여성의 역량을 낮춰보는 시각과 고스란히 맞물려왔다. 1950년대 초 동물행동학자 로렌츠의 연구는 대중적으로 소개되면서 마치 모성 본능이 뇌에 각인되어 있다가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인양 여기는 인식을 확산하기도 했다.

반면 동물심리학자 로젠블랫 등의 연구는 이와 다른 시각을 제시하거나 뒷받침했다. 1960년대 로젠블랫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며 갓 태어난 새끼들을 둥지에서 떼어내면 어미의 모성 행동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생리적 변화가 새끼를 핥고 젖을 먹이려 웅크리는 등의 모성 행동을 촉발했지만, 이를 지속하려면 새끼와의 상호작용,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시간'이 필요했다. 로젠블랫의 또 다른 실험은 출산하지 않은 쥐들이 새끼들에 충분히 노출되면, 즉 여러 날을 함께 보내면 새끼를 돌보는 모성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컷만 아니라 수컷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연구가 시사하는 바를 헤아리는 건 어렵지 않다. 모성 본능을 강조하며 엄마나 여성이 양육·돌봄을 도맡는 걸 당연시하는 데 따른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익히 목격된 터. 저자는 미국의 여러 현실을 지적하며 유급 육아휴직의 보편화도 거듭 강조한다. 무엇보다 부모됨은 한순간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발달의 꾸준한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 격동은 사춘기 못지않다고도 전한다.



이후남(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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