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시총 1주새 1조 증발…"구멍가게냐" K엔터주 리스크
K엔터주 투자의 세계
엔터주(株) 전문가들은 ‘사람’이 곧 ‘상품’인 엔터 산업 특성상 인적 리스크에 따른 타격이 다른 업종의 종목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민 대표 건으로 엔터 업종의 인적 리스크가 기획자·경영진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를 비롯한 SM·YG·JYP 등 빅4 엔터사는 K팝 인기를 등에 업고 수년간 눈부신 실적 성장을 이어왔다. 각 기업에 소속돼 아이돌 그룹이라는 히트 상품을 만든 민 대표 같은 K팝 전문가 역시 높은 가치의 상품이다. 제조업에 비유하면 인기 수출품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겨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이면에선 소속된 인기 아이돌 하나가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주가도 요동치는 리스크가 투자자를 따라다닌다. SM은 2014년 엑소 멤버 일부가 탈퇴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100억원가량 증발했다. YG는 2018년 말부터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사건’ 때문에 곤혹을 치르면서 역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100억원가량이 날아갔다. 아이돌의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급락했다가, 열애설 부인 직후 급등하는 촌극도 수시로 벌어진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엔터 산업의 인적 리스크는 다른 업종보다 예측·관리가 어렵다”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에 자주 쉽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엔터주의 과대평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빅4라고 해도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는 곳이 없고, 연매출도 하이브(지난해 2조1781억원)를 제외하면 1조원을 넘기는 곳이 없는 데 비해 주가가 높다는 것이다. 하이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말 기준 44.9배로 코스피 상장사 평균 PER(11.3배)의 4배에 달한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지표다.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하이브의 경우 주가가 EPS 대비 40배 넘게 고평가됐고 코스피 상장사 평균 대비로도 4배 고평가됐다는 얘기다. SM(21.6배)과 YG(12.9배), JYP(22.5배)도 PER이 높다.
기업들이 인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한편, 특정 아이돌이나 기획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수익선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음반 제작·유통사 여러 곳을 산하에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시장에 어필했지만, 민 대표 건으로 이 또한 엔터 산업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롭기 힘든 시스템임이 나타났다”며 “하이브가 경영진 등 컨트롤타워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 멀티 레이블 체제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장기적 주가 상승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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